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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맘대로 나가?” 민노총, 탈퇴한 한은·금감원 노조에 뒤끝 소송

鶴山 徐 仁 2023. 1. 8. 12:42

사회

 

“누구 맘대로 나가?” 민노총, 탈퇴한 한은·금감원 노조에 뒤끝 소송

 

[주간조선]

 

곽승한 기자


입력 2023.01.08 05:40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조 조합원들이 2021년 11월 카드 수수료 인하 반대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금융노조)가 2020년과 지난해 ‘민주노총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한 한국은행(한은) 노조와 금융감독원(금감원) 노조를 향해 지난해 12월 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노조는 한은과 금감원 노조가 금융노조를 탈퇴하는 과정에서 상급단체인 자신들이 탈퇴를 승인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밀린 조합비를 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노조가 한은 노조에 제기한 소송액은 1억8000만원가량이다. 한은은 2020년 7월 탈퇴 전까지 매월 650만원가량의 조합비를 내왔다. 금융노조가 금감원 노조에 제기한 소송액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계에서는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가 지난해 12월 초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하면서 파장이 일자, 추후 이탈을 막기 위해 이미 탈퇴했던 노조를 향해 ‘본보기식’ 소송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7월 17일 한국은행 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융노조 탈퇴를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열린 대의원대회에는 전체 대의원 59명 가운데 57명이 참석했다. 52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46표로 탈퇴가 가결됐다. 한은 노조는 탈퇴 결의서에서 “부득이 탈퇴를 결정하게 됐다”며 “총회에 갈음하는 대의원대회의 결의가 있어 상급단체와의 관계도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당시 노조 관계자는 몇몇 언론에 “한은 노조가 추구하는 방향은 노조 구성원들의 복지와 근로 조건 개선, 그리고 사측과 함께 한은의 발전을 이루는 두 가지인데 이 부분에서 상급 단체와 방향이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멍한 바 있다.

김상훈(왼쪽 둘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노총 불법·폭력행위 증언한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민노총 “해당단위 총회 통한 탈퇴 불가”

그러자 이때부터 금융노조 측은 한은 노조에 “정당하지 않은 절차로 탈퇴했으니 조합비를 내라. 그러지 않으면 추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노조는 탈퇴 절차에 대한 자체 규약에서 “해당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하며, 조합원 탈퇴절차는 지회장, 지부장, 위원장 결재를 거쳐 탈퇴 처리한다”고 정하고 있다. 금융노조에서 탈퇴하려면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지회장 등의 결재를 받아 탈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 노조는 내부 규약대로 대의원대회를 통해 탈퇴를 결정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유희준 노조위원장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 노조에선 “조폭세계에서 나가려면 손가락 하나 자르라고 협박하는 것 같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민노총 금융노조는 지난해 4월 탈퇴를 결정한 금융감독원 노조에 대해서도 같은 사유로 소송을 걸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감독, 감사해야 하는데 금융회사들과 같이 산별노조에 가입되어 있어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금융노조를 탈퇴했다. 금감원 오창화 전 노조위원장은 “산별노조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금감원 노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금감원에선 잘못한 부분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하는데, 금융노조가 금감원 앞에 와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집단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한은과 금감원 노조 측에선 과거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탈퇴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6년 대법원의 ‘발레오만도 판결’이 근거다. 당시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옛 발레오만도) 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있다가 2010년 6월 조합원 총회를 열어 개별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노사분규로 직장폐쇄가 장기화하자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의 강경투쟁에 반발해 탈퇴를 주도한 것이다. 그러자 당시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금속노조 산하 지회장은 금속노조 규약상 지회의 자체적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금지되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에선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주간조선은 한은과 금감원 노조에 대한 금융노조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이재진 금융노조 위원장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양 노조를 향해 소송을 제기한 이유와 △탈퇴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면 현재도 한은과 금감원 노조가 금융노조 소속인지를 묻는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포스코 탈퇴 직후 소송 제기

노동계에서는 한은과 금감원 노조를 상대로 한 민노총의 이번 소송이 지난해 12월 포스코지회의 민노총 금속노조 탈퇴 이후 제기된 것이어서 사실상 내부 단속용 소송이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민노총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민노총에서 탈퇴하려 하자 포스코지회 임원 3명과 대의원 4명을 제명한 바 있다.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에서 탈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임원을 제명한 것이다. 하지만 탈퇴안 투표 결과 69.93%가 찬성해 탈퇴가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제명당한 노조 집행부가 탈퇴 투표 총회를 소집했다며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신고를 반려해 논란이 됐다.

포스코지회는 입장문에서 “포스코지회는 포스코 직원을 위해 일하고 포스코 직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위해서 일하고 금속노조를 위해 존재하기를 원한다”면서 탈퇴 이유를 밝혔다. 한대정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 결성 당시 노조 활동 경험이 전무하니까 도움을 받기 위해 2018년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금속노조로부터 받은 지원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포스코노조는 2018년 민주노총에 가입한 지 4년 만에 탈퇴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지회 탈퇴나 이번 한은과 금감원 노조를 향한 소송은 현재 민주노총의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노조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어떠한지 드러났기 때문에 추후 이탈을 막으려는 본보기 혹은 내부 단속용 소송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고 말했다.

1995년 출범한 민노총은 2018년 한국노총을 제치고 2년간 ‘제1노총’의 지위를 누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민주노총 조합원 수도 급증한 것으로 해석됐다. 같은 시기 공공부문 노조 조직률도 63.2%에서 68.4%로 올랐다. 그 결과 2017년 71만1000명이었던 민노총 조합원 수는 2018년 96만8000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2021년 기준 민노총 조합원 수는 121만3000명이다.

조합원 수는 늘어난 반면 민노총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점차 싸늘해져갔다. 각종 파업, 집회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그들만의 투쟁 방식이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총파업 도중 부산에선 화물연대 노조원 3명이 비노조원 화물차에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는 범죄를 저질렀다. 부산경찰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상해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화물연대 김해지부 소속 조합원 A씨를 구속했다.

이재진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조위원장 photo 뉴시스

 

 

한국노총으로 옮겼다가 계약해지 통보받아

하지만 민노총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다 구속이나 실형 등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훈장’에 가깝다. 화물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구속된 동지에게 소식을 전합시다”라고 장려하고 있다. 또 화물연대는 조합원이 노조활동을 하다가 불법행위로 구속되면 최종심까지 변호사비를 전액 지원한다. 실형을 받은 경우 출소할 때까지 가족에게 매일 15만원의 생계비를 준다.

2021년 6월에는 민노총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한라지부 소속 화물기사들이 노조 운영 방식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노총으로 옮겼다가 사측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민노총 화물연대는 이들이 용차 계약을 맺은 회사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명목상 이유는 임금 인상이었지만, 화물연대는 사측과 협상에서 노조를 옮긴 화물기사들과 계약을 해지할 것을 사실상 협박했다. 민노총 화물연대의 물류 통행 방해로 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사측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베테랑 운전기사 6명은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당시 화물연대에서 탈퇴해 사측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던 서용호씨는 “요즘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의 LH행복주택 건설 현장에선 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고용하라는 요구를 시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민노총 건설노조는 시공사 측에 조합원 고용과 관리급 직원에게 월 900만원의 임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노조 적폐’에 칼 빼든 윤석열 정부

민노총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이유로는 이 같은 폭력성과 폐쇄성, 절차적 비민주성 등이 꼽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노총의 투쟁 방식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고 하기보단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도드라진다”면서 “젊은 세대나 중도층은 민노총이 편협한 이해를 추구하는 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실력주의와 절차적 공정성이 중시되는 분위기에서 민노총의 과격한 투쟁 방식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하자 포스코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탈퇴 직후 주가 급등은 민노총에 대한 개미투자자들의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면서 “‘민폐노총’ 손절이 민심”이라고 했다.

20%대까지 주저앉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40%대로 끌어올려준 것도 역설적으로 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주요 원인이었다.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를 비롯한 민노총 주도 파업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론의 뒷받침이 있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58%였다.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위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은 34%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는 이참에 ‘노조 적폐’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노조의 불법 파업 등은 물론 불투명한 회계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특히 적극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비정상적인 폐단을 바로잡고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된다”며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 건강보험제도의 정상화, 국가 보조금 관리 체계의 전면 재정비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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