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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동규 “이재명 비겁…‘나한테 왜 그랬어요’ 묻고싶다”
입력 2022-12-29 16:08 업데이트 2022-12-29 18:17
“예전엔 이재명이 불리해도 진실만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비겁한 사람인지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 등을 거론하며 “거짓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 전 부원장의 입장문을 거론하며 “그들의 죄를 진술한다고 내 죄가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다.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내 뇌물공여 혐의도 모두 진술했다”며 “모두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의의 사도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빌런’이다”라며 “죄인으로서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정 전 실장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하거나, 김 전 부원장이 ‘상한 음식을 먹고 병원에 가라. (음식물)쓰레기라도 먹어라’라고 지시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 당시 저는 그들을 지켜주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 오히려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건 그들”이라고 했다. 이어 유 전 직무대리는 “영화(달콤한 인생) 대사처럼 이재명에게 ‘나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라고 묻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찰이 김 전 부원장을 뇌물죄로 추가 기소했다.
“김 부원장 측이 낸 입장문을 봤다. ‘사랑은 연필로 쓴다는 노래는 들어봤는데, 검찰이 공소장을 연필로 썼다 지웠다 한다’는 내용이 있다. 유행가 가사로 비아냥거릴 일인가. 정치인 다 됐구나 싶더라.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이 구속된 건 법원이 그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입장문을 낸다는 것 자체가 전혀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김 부원장 측은 검찰이 유동규의 일방적인 허위 주장만 반영했고, 유동규의 혐의를 덜어주려 한다는 주장인데.
“그들의 죄를 진술한다고 해서 내 죄가 가벼워지나? 2019년 9월과 2020년 10월 (정 전 실장에게 돈을 준)일도 모두 함께 자백했다. 이건 공소시효도 끝나지 않았다. 자백을 할 때마다 내 죄도 벽돌 쌓듯 한 겹씩 더해진다. 내 죄가 무거워지더라도 사실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김 전 부원장이) 당시 거주하던 분당 아파트 주차장에서 늦은 저녁 돈을 건넸다. 나는 경험한 대로 진술했고, 판단은 판사가 하는 것이지 검찰이 봐줄 일은 아니다.”
-그런 진술을 하기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
“정 전 실장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해서 버렸는데 난리가 났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을 보호해주려고 또 거짓말을 했었다. 검찰 조사 전날엔 (김 전 부원장이) 상한 음식을 먹고 병원을 가라고 해서 먹었다. 경선이 끝날 때까지 병원에 가 있다가 오면 된다더라. (음식물)쓰레기라도 먹으라고 하기에 진짜 쓰레기통까지 찾아봤다. 그땐 그 사람들을 믿어서 다 따랐다. 그들은 날 위에 뭘 했나?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이재명에게 ‘나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라고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심경이 바뀐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를 모른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 계기였다. 김 전 처장은 마지막까지 이 대표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다. 지난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질 때 경기도에서 해명을 위한 ‘대장동 Q&A’ 자료를 만들었다. 그걸 누가 만들었겠나. 김 전 처장이 상당히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런 김 전 처장을 하위직이라서 모른다? 나는 예전엔 이재명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비겁한 사람인지는 이제야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유동규가 측근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이 대표가 선거에 나갈 때마나 공직에서 나왔다가 당선되면 다시 공직에 들어가길 반복했다. (선거)캠프에 있진 않았지만 별동대로서 정 전 실장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 측근이 아니라면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고 내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어떻게 갔겠나?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윤건영 의원을 이 대표에게 소개했나.
“윤건영 의원과는 2017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윤 의원을 만나 당시 경선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을 문재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당시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윤 의원을 두 번 만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런 관계를 알고 있던 정 전 실장이 지난해 초 자리를 마련해달라 부탁했고 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당시 나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직도 내려놓은 상태였다. 당시 내가 측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 자리에 배석할 수 있었겠나.”
-최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경찰에 출석했다. 정 전 실장에 대한 진술을 했나.
“백현동 개발사업은 성남시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전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선대본부장)을 보고 해준 것이 아니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이 ‘김 전 대표가 하고 있으니 살펴보라’고 말해 실무자들에게 진행 경과를 물었는데, 이미 성남시가 용도변경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치고 공사의 사업 참여를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공사가 참여하는 건 오히려 특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실무자들도 부정적으로 보고하기에 ‘알아서 하라’고 했을 뿐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성남FC에 간 후원금이 정말 광고 목적이었다면 그게 더 웃기다. 광고 효과가 있어야 광고를 할 것 아닌가. 경기당 관중 수가 1등인 구단도 1억 원짜리 광고 한 번 받기 힘들다. 당시 성남FC는 성적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런 구단이 어떻게 40, 50억 원짜리 광고를 받을 수 있겠나. 성남FC가 광고를 받을 만 해서 받은 거라면 업무 담당자들이 인센티브를 받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진술하고 나니 심경은 어떤가.
“모두 밝히고 나니 후련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은)협잡한 것 맞다.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은 게 맞다. 공정하게 하지 않은 것도 맞다. 그래서 그걸 자백했다. 이미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내 배임 혐의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정의의 사도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미 ‘빌런’이다. 내가 잘못을 한 게 맞고 그걸 있는 대로 밝혀서 이제라도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다.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 하지 않나. 죄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를 다할 계획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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