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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적자에 엄격한 스웨덴…나랏빚에 무신경한 한국

鶴山 徐 仁 2022. 11. 17. 11:07

Opinion :윤석명의 퍼스펙티브

 

재정 적자에 엄격한 스웨덴…나랏빚에 무신경한 한국

 

중앙일보

 

입력 2022.11.17 00:23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아름다운 모순, 스웨덴 패러독스.”

유모토 켄지와 사토 요시히로가 쓴 『스웨덴 패러독스』의 서문 제목이다. 두 사람은 서문에서 “국민 부담률, 즉 조세 부담률과 사회보장 부담률이 2007년 기준으로 64.8%에 달하고,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최고세율이 56%에 육박하는 고부담 국가인데도 경제성장률과 노동생산성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썼다. 이들은 스웨덴이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사실을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우리 정치권에서도 스웨덴 모델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국회의원 연구모임의 단골 주제였고, 대통령 후보 선거 유세에도 등장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스웨덴 모델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높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스웨덴 모델을 선거에 이용하려다 보니, 그 반대편의 고부담을 무시할 수 없어서인 것 같다.

 

스웨덴, 세출 내 정책 집행 우선 순위 결정하도록 의무화
코로나 영향 총부채 비율 늘었으나 올해엔 감소로 돌아서
한국은 2019년 44.2%에서 계속 증가해 올해 46.8% 예상
연금 개혁으로 재정 지속 가능성 높인 스웨덴 참고해야

 

 

2011년 말에 『스웨덴 패러독스』가 출간되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현재 스웨덴은 어떤 모습일까? OECD의 『2021년 스웨덴 경제검토보고서』 지표는 놀랍다. 2019년 35%였던 스웨덴 총부채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1년 39.9%까지 늘었다. 그런데 2022년에는 39.4%로 감소할 전망이다.

 

 

스웨덴 좌파 정부, 노동자보다 기업 중시

 

 

윤석명의 퍼스펙티브

 

 

이에 반해 OECD의 『2022년 한국경제검토보고서』는 2019년 44.2%였던 국가부채 비율이 2022년에 46.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부채를 줄여가는 스웨덴과 달리 우리는 늘리고 있다. ‘아직 나랏빚이 적어 더 빚내 쓸 수 있다’는 우리 정치권의 판단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다. 한때 열심히 공부했던 스웨덴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2011년에 읽었던 『스웨덴 패러독스』를 다시 읽게 된 건 김일천 전 보건복지부 국장 때문이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3번이나 쫓겨났음에도 나라 걱정을 토로한다. “윤 박사, 이러다 나라 망하겠어요. 일본 연금재정 추계 과정과 비교하면 비전문가의 목소리가 큰 우리 현실이 너무도 한심해요. 스웨덴의 국가 부채가 왜 줄었는지 알아요? 다년도 예산을 편성해서, 한 해 더 썼으면 다음 해에 그만큼 덜 써야 하기 때문이예요. 스웨덴을 제대로 체험한 사람이 쓴 『스웨덴 패러독스』를 3번 정도는 꼭 읽어보세요.”

 

며칠 뒤 또 전화가 왔다. “올로프 팔메 총리가 창설한 정치 집회인 알매다렌 2012년 집회에서 했던 스테판 로벤 사민당 대표의 ‘모두를 위한 사회’ 연설이 놀라워요. 먼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한 뒤에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정책 우선 순위로는 첫째 취학 전 아동, 둘째 기업, 셋째 노동자라고 했어요. 노동자를 중시하는 사민당 당수인데 어째서 노동자의 우선순위를 맨 뒤에 놓느냐고 했더니,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있을 수 있다고 했어요.” 김 전 국장은 90세를 앞둔 고령임에도 일본의 최신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조만간 일본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빚진 사람에게 자유는 없다

 

김 전 국장의 말처럼 스웨덴의 다년도 예산제도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큰 효과가 있다. 『스웨덴 패러독스』는 “1994년 헌법 개정, 1995년 재정법으로 법적 구속력을 강화했다. 3년간 세출 총액 상한과 27개 분야의 대상이 의회에서 결정된다. 세출 전체를 27개로 분류한 뒤, 사회보장 등의 의무 지출까지 포함하여 개별 분야마다 상한선을 설정하여, 세출 총액 범위에서 정책 집행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3년 동안의 세출 한도를 결정하여 운영하나, 최초 2년간은 한도 변경을 하지 않는다. 당해연도에 어떤 지출 항목이 예정 지출액을 초과하면, 다음 연도 또는 다음다음 연도의 해당 지출 항목에서 그 초과분만큼을 삭감해야 한다. 한도 범위 안에서의 ‘Pay-As-You-Go 원칙(지출 상한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같은 금액의 세출 삭감이나 증세로 대응하는 규칙)’이 일괄 적용된다.”

 

이 조치를 통해 1995∼98년 4년 동안, GDP의 8%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를 줄였다. 96년 사민당 대표가 된 예란 페르손 총리가 “빚진 사람에게 자유는 없다”며 국민에게 재정 재건의 필요성을 호소한 결과였다.

 

『스웨덴 패러독스』가 출간된 후인 2013년 9월 9일 한국·스웨덴 보건복지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금 관련 포럼을 개최했다. 우리 측의 진영 복지부 장관, 스웨덴 울프 크리스테르손 사회보장부 장관의 기조연설 후에 양측에서 2명씩의 발표가 있었다.

 

당시 한국 측 발표자로 참여했던 필자에게 크리스테르손 장관의 기조연설과 오드마크 사회보험국장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연금에 해박한 장관의 연설과 전문가 수준의 사회보험국장 발표 때문이었다. 이후 서울 성북동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 만찬 식사 중에 당시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가 필자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궁금증을 풀 기회다 싶어서 “장관이 어찌 그리도 연금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냐. 전문가 출신이냐”고 물었더니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어릴 때부터 정당에서 체계적 학습을 받으며 성장한 결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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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 고려한 스웨덴 연금 개혁

 

‘세기의 개혁’이라 불리는 1999년 연금 개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북유럽 국가와 남유럽 국가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다니엘손 대사는 “연금 개혁은 100여년간 제도를 발전시켜오면서 쌓아 온 신뢰, 정치인들의 책임 의식, 환경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적응, 그리고 자식·손자 세대·손자의 손자 세대까지 생각하며 제도 개선 방향을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질문에는 “스웨덴이 직장 자체보다는 일할 권리에 집중하는데, 남유럽은 한 번 잡은 일자리 그 자체에 집착하는 거 같다. 그리스는 노조 조직률이 9%로 낮으나, 스웨덴 노조 조직률은 77%에 달하며 노조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강하다”고 답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도 근로자가 해고되면 기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해고가 되면 더 생산성이 높은 방향으로 실직한 사람을 재교육하여, 계속 일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남유럽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관과 국장뿐 아니라 이 정도 수준으로 즉시 대답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스웨덴 대사의 자질이 꽤 부러웠었다.

내수시장이 작아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에 의존하는 스웨덴의 경제 환경은 수출주도형 국가라는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하다. 스웨덴의 국가 부채가 대폭 줄어든 반면, 출생률 급락으로 미래가 암울한 우리는 스웨덴보다 국가 부채 비율이 10%포인트가량 높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한 인구 구조와 혁명적인 연금 개혁으로 2060년에 가면 스웨덴의 연금 지출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 모든 연금제도가 지속 불가능한 우리와 대비가 된다.

 

표에만 관심이 쏠린 한국 정치권

 

재정 분야 전문가로 한국재정학회장을 역임한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스웨덴과 잘 비교했다. 그는 “스웨덴은 1990년대 초반 5년 동안 국가 부채가 30%포인트 증가하며 한국의 IMF 외환 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경제·재정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위기 극복을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예산 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혁해 법정 지출 증가율 억제 등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런 개혁의 여러 요소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상임위 예산보다 국민 부담을 우선 순위에 놓은 정치권(의회)의 의지”라며 “한국이 무기력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적정 수준의 국민 부담을 먼저 결정하고 이를 전제로 상임위 예산을 편성하는 정치권의 합의 도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주도하고 있는 ‘재정비전 2050’에서 특히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암울한 미래에 대해 강한 경고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음에도 우리 정치권은 마이동풍이다. 연금 개혁의 이해당사자인 대한은퇴자협회(KARP)의 주명룡 회장은 지난 11일 한국연금학회 주관 기초연금 정책토론회에서 “시민사회나 전문가 집단이 좋은 대안을 내놔도 결국에는 당리당략으로 결정된다. 민주당의 우선 추진 7대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중 기초연금 5종 세트는 모든 노인에게 월 40만원을 지급하는 안이다. 표 때문에 여당도 뒤따라갈 거다”고 비판했다. “어찌 우리 정치권은 국민보다도 수준이 못하냐”는 주 회장의 한탄이 귓가를 맴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