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세상에 나온 말[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허위가 사실처럼 군림하기도 한다. 2002년 대선 결과를 가른 ‘김대업 병풍 사건’이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 괴담’(2008), ‘천안함 좌초설’(2010) 등 모두 사실이 아닌 것들이 위세를 떨쳤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국회 질의가 나온 다음 날 한 인터넷 매체에 ‘윤석열-한동훈-김앤장 술자리 증언, 녹취된 건 맞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전화에 나온 첼리스트 친오빠 단독 인터뷰로 뭔가 추가 증거가 나왔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통화 불법 녹취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화 중 ‘여동생 음성이 녹취되었다’고 한 말만 쏙 따서 술자리 증언 내용이 맞는다는 뉘앙스를 주는 제목을 단 것이었다. 이 외에도 “(한 장관은) 아니면 아니라고 답하면 되는데 끝까지 그 말을 하지 않았다”(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페이스북) “화내는 게 수상하다”류의 주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경 1㎞ 내에 있었다면 모든 것을 걸겠다”던 한 장관 말은 안중에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위 의장이 나서서 “떳떳하다면 어디 있었는지 동선을 밝혀라”라며 공세를 펼쳤다. 아무 말이나 던져놓고 상대방더러 답답하면 진위를 밝히라는 식이다.
더탐사 멤버들은 이른바 ‘쥴리 논란’으로 큰돈을 벌었다. 화면 아래쪽에 항상 계좌 번호를 줄줄이 달고 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사람들이 들고 온 불투명한 제보에 ‘뉴스’란 외피를 입혀주는 역할을 했다. 김 의원 질의가 없었다면 해당 보도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유튜브를 보면 불법 녹취된 목소리만 있을 뿐 모임 장소나 사진, 추가 목격자 그 무엇도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보도 요건을 갖추려면 한 장관 측 반론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출퇴근길 따라다니며 ‘이런 의혹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계속 물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일절 답하지 않았고, 그때까지 유튜브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유튜버가 확보하지 못한 장관 반론을 받아준 셈이다. 실제로 이날 국감 장면은 당일 유튜브 방송의 주요 내용으로 등장한다. 김 의원이 “협업했다”고 한 것은 결국 이 ‘대리 취재’였던 셈이다.
더탐사는 첫 보도 이후 기자 통화 내용이나 취재를 거절당하는 장면 같은 것들을 추가 영상으로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이는 기자들이 자주 겪는 일이지만, 일반 독자들은 접하기 힘들다. 제대로 확인이나 검증을 못 하면 기자가 취재한 내용은 보도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작 검증은 못 하면서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충돌 같은 자극적 내용만 보여주는 유튜브는 ‘취재 포르노’처럼 느껴진다.
김 의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주요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오보’라고 몰아붙일 때 거리낌이 없었다. 당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이번 김 의원의 국감 질의 때보다는 검증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래놓고선 이번엔 “나에게 우르르 몰려와 몰매 가하는 느낌, 폭력적”이라고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김 의원은 아무리 ‘가짜 뉴스’라는 말을 들어도 억울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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