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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장악 정당의 양심·이성 상실은 정쟁 넘은 국가적 사태다

鶴山 徐 仁 2022. 4. 21. 14:58

[사설] 국회 장악 정당의 양심·이성 상실은 정쟁 넘은 국가적 사태다

 

조선일보


입력 2022.04.21 03:26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썼다고 한다. /조선일보 DB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양심에 따라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썼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려면 국회법상 무소속 의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민주당 출신이자 지역구가 광주인 양 의원이 자신들 뜻을 따를 것으로 보고 그의 상임위를 다른 곳에서 법사위로 바꿔놓았다. 그런데 양 의원이 민주당의 폭주를 거부하면서 “선량한 국민들이 고통받지 않을지 저는 자신이 없다”며 “국익을 위해 이번 법안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정치 인생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저는 양심에 따르겠다”고도 했다. 전 세계 정상 국가에서 자신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고 국가의 수사기관을 통째로 폐지하겠다는 법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반대해야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선 ‘양심 선언’하듯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하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양 의원이 동조하지 않자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을 일부러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우리 국회 역사에서 수많은 편법이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행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뒤에 많은 무리와 폭거를 저질렀지만 이 ‘가짜 무소속’ 의원 만들기는 한국 정당 역사에도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변명을 한다. 하지만 그 진짜 의도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민주당도 이제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검수완박 법안에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까지 경찰로 넘겨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통상 법 시행 이전의 사항은 현행법에 근거해 유지한다는 법률 원칙마저 무시한 것이다. 대장동 비리,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산업부 블랙리스트, 원전 경제성 조작, 이상직 비리 등의 검찰 수사는 전부 중단된다.

 

지금 검수완박에 앞장서는 황운하 의원은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다. 최강욱 의원도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런 사람들이 사건에 대한 수사권 자체를 ‘증발’시키려 한다.

범죄 혐의자들이 수사기관을 없애는 법을 만드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 상식 밖의 일을 위해 국회를 장악한 거대 다수당이 양심을 내던지고 이성을 팽개쳤다. 이것은 단순한 정쟁이 아닌 국가적 사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