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한은 네 번째 금리 인상, 현실로 닥친 긴축의 시대
중앙일보 입력 2022.04.15 00:10 업데이트 2022.04.15 00:42
주상영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총재 공석에도 1.5%로 올릴 만큼 물가 심각
‘빚투’ 가계 충격 대비, 정책 엇박자 피해야
한국은행이 또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8월 이후 네 번째 인상이다. 한은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조정했다. 금통위원 여섯 명의 만장일치였다. 현재 한은 총재가 공석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한은은 당분간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전년 동월 대비)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3%)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는 치솟는데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긴축에 나서면 물가 상승은 억제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도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한 건 물가와 가계부채의 고삐를 죄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통화정책 긴축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다음 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최근 미국의 가파른 물가 상승세로 Fed가 ‘빅 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돈을 풀었던 미국이 긴축으로 돌아서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선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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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특히 빚을 얻어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들인 ‘빚투’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862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소규모 자영업자와 비영리법인을 포함하면 2200조원을 웃돈다. 이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작지 않을 것이다. 금융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취약 계층이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한쪽에선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는데 다른 쪽에선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돈 풀기 신호를 보내는 정책의 엇박자는 지양해야 한다. 지난달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17조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2차 추경 편성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가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적자 국채를 찍어내면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가계와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할 수 있다.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때 연 3%대로 뛰어올랐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도 문제다. 당장 눈앞의 표를 노린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결국 서민과 취약 계층의 고통을 가중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