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화성-15형’을 쏴놓고 ‘17형’으로 위장했나
입력 2022-03-28 17:10업데이트 2022-03-28 17:15
북한 조선중앙TV가 북한이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명령,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이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화성-15형으로 한미 정보당국이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북한이 이를 화성-17형으로 위장한 의도가 주목된다.
우선 한국의 차기 정부를 겨냥한 ‘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핵실험과 ICBM 발사 모라토리엄(중단)’ 파기 각본을 짜놓고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화성-17형 발사, 7차 핵실험의 도발 수순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화성-17형을 2월 27일과 3월 5일 ‘우주발사체’로 가장해 사거리를 확 줄여 시험발사한 뒤 3월 16일 첫 고각(高角) 발사를 시도했지만 공중폭발로 실패하자 새로운 계획을 세운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도발 시나리오를 완결하기 위해 24일 화성-15형을 쏜 뒤 화성-17형으로 발표하는 기만전술을 펼쳤다는 뜻이다. 군 소식통은 “발사 다음날(25일) 공개된 사진·영상도 앞서 두 차례의 사거리 축소 발사 등에서 촬영한 것을 ‘짜깁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핵·ICBM 동시 도발‘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북한이 2020년 10월 당 창건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7형은 모두 4발이었다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대로라면 이 중 3발을 사용했고 1발이 남은 셈이다.
북한이 16일 발사 직후 공중폭발한 원인을 분석·보완한 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이나 새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해 화성-17형 발사와 7차 핵실험을 동시에 강행할 개연성이 제기된다. 핵실험과 ICBM 발사를 1~2달 간격을 두고 진행해온 전례에서 벗어나 같은 날 또는 하루 간격으로 고강도 전략도발에 나설 경우 그 충격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 당국의 ‘위장’ 분석 발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ICBM 시험발사 성공 선전에 열을 올렸다. 28일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화성포-17(화성-17형)형 시험발사 성공에 공헌한 국방공업부문 일군(일꾼)들과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진정한 방위력은 곧 강력한 공격능력”이라면서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추어야 전쟁을 방지하고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며 제국주의자들의 위협공갈을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계속하여 강력한 공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하여 우리 군대에 장비시키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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