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심상찮은 물가 불안, 모든 수단 동원해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0:10
기름값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류세 인하로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정보. [뉴스1]
집값 폭등 이어 10년 만의 물가 불안 확산
물가 못 잡으면 벼랑 끝 몰린 서민 삶 위협
생활물가가 고삐 풀린 듯 연일 고공행진이다. 에너지값부터 식자재까지 모든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10월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3%대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하면서 수입물가가 뛰고, 집값·전셋값도 고공행진하고 있어 국민이 전방위적인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어제 서울 시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00원을 넘어섰다. 특히 경유 가격 인상은 트럭을 몰며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이다. 전망도 어둡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과 석유 수요 증가,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전망 등 악재가 널려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에너지값이 뛰면서 물가를 전방위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계속된 코로나19 팬데믹에 서민의 삶이 지칠 대로 지쳐 있는데, 이젠 장을 보기도 꺼려질 정도다. 서민 식품 계란이 대표적이다. 마트에 가 보면 15개들이 한 팩에 8000~9000원짜리 계란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76개 생필품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평균 4.4% 상승했다. 특히 계란은 70%나 뛰었고, 두부는 16.5% 올랐다.
민생을 둘러싼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사철도 아닌데 집값·전셋값이 연중 내내 올라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거듭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고공행진하자 정부가 아예 돈줄을 죈 것도 서민의 고통을 키웠다. 그 부작용이 드러나자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세계적인 금리 인상 흐름의 여파로 이미 5%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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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코로나 사태와 사투를 벌이는 자영업자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에너지값과 함께 식자재값이 올라도 선뜻 음식값을 올리기 어렵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에서 음식값을 올리면 국민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던 정부는 뒷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랴부랴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주 정도에는 조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액화천연가스(LNG)와 계란 등 90개 품목에 대해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춰 주는 방안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어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민생은 지금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 불안만큼은 막아야 한다. 정부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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