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빠르다, 하늘 나는 전기차가 온다
[Mint] 달아오르는 에어택시 경쟁
입력 2021.07.16 03:00
미국 UAM(도심 항공 교통) 스타트업 조비의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 ‘S4′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상공에서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조비
다음번 ‘교통혁명’의 무대는 하늘이다. 전 세계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교통) 시장을 노리고 있다. UAM은 도시 집중화로 포화 상태에 이른 지상·지하 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고도의 공중을 활용하는 교통 서비스다. ‘백 투 더 퓨처’ ‘블레이드 러너’ 등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하늘을 나는 차’를 현실로 만드는 셈이다.
스타트업들은 물론 항공사와 완성차업체 등 100여 곳의 회사가 벌써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UAM 시장 규모가 2025년 15억달러(약 1조7158억원)에서 2035년 1510억달러(약 172조7893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UAM 스타트업 조비(Joby)에 투자한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뉴욕타임스에 “UAM은 우버가 공중에서 테슬라와 만나는 격”이라며 “도시와 통근, 교통 정체라는 개념이 새로 정의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UAM 스타트업 아처는 지난달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 회사의 eVTOL 메이커(Maker)를 공개했다. /AFP연합
◇수직이착륙·친환경·저소음
UAM 서비스의 핵심은 전용 기체다. 기존 비행기나 헬리콥터로는 UAM을 구현하기 어려워서다. 비행기는 긴 활주로가 필요해 건물로 꽉 막힌 도심에서 쓸 수가 없다. 헬리콥터는 좁은 공간에서 쉽게 뜨고 내릴 수 있지만, 소음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둘 다 내연기관을 사용해 탄소 배출량이 많아 미래 교통수단으로는 실격이다.
그래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eVTOL(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전기식 수직 이착륙기)이다. 헬리콥터의 소음은 대부분 고속으로 회전하는 대형 회전날개(로터)와 터빈 엔진에서 발생한다. eVTOL은 이를 작은 로터 여러 개를 전기모터로 돌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헤드셋을 착용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다. 전기가 동력이므로 탄소 배출도 거의 없다.
eVTOL은 추진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비행기 날개가 없는 ‘멀티로터(Multirotor)’는 우리가 흔히 보는 소형 드론을 사람이 탈 수 있는 크기로 키운 것이다. 기술적 난도가 낮아 빠른 양산이 가능하지만, 순항 속도가 느리고 항속거리도 짧다. 중국 이항(Ehang)의 ‘이항216’, 독일 볼로콥터(Volocopter)의 ‘볼로시티’가 멀티로터 방식이다. 운항 최대 속도는 시속 100km 수준이고, 최대 35km를 갈 수 있다. 도심 내 단거리 운항에 적합하다. ‘리프트 앤드 크루즈(Lift and cruise)’ 방식은 비행기 날개와 함께 이륙용 로터와 비행용 로터를 따로 달았다. 이륙할 때는 지면과 수직 방향의 로터를 써 떠오르고, 순항 고도에 이르면 수평 방향의 로터로 속도를 낸다. 최대 시속 180km로 100km 거리를 날 수 있어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하다. 미국 위스크(Wisk)의 ‘코라’가 이 방식의 기술을 채택했다.
구현은 어렵지만 가장 유망한 기술이 ‘벡터드 스러스트(Vectored Thrust·추진력 전환)’ 형태다. 해리어와 F-35 전투기처럼 제트 엔진의 노즐(분사구) 방향을 바꿔 수직 이착륙을 가능케 한 것이 일례다. UAM에는 미 해병대의 V-22 오스프리 같은 틸트 로터(Tilt-rotor) 방식이 쓰인다. 날개에 달린 로터가 이륙 시에는 하늘을, 비행 시에는 기체 앞쪽으로 향한다. 속도와 항속거리 모두 우수하다. 미국 조비의 S4 모델은 5명을 태우고 최대 시속 322km로 241km를 난다. 미국 아처(Archer)의 ‘메이커’, 독일 릴리움(Lilium)의 ‘릴리움젯’, 영국 버티컬(Vertical)의 ‘VA-X43’, 한국 한화시스템의 ‘버터플라이’도 벡터드 스러스트 형태다.
◇이르면 2024년 상용화 가능
최근 시험 기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UAM 시장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만 조비·릴리움·아처·버티컬 등 UAM 업체 4곳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뉴욕 증시에 데뷔할 예정이다. 대부분 올해 하반기나 내년 중 시험 비행을 하고, 2023년까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감항(堪航) 당국의 승인을 받아 2024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체를 개발 중이다.
아처가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공개한 시험 기체 ‘메이커’는 뉴욕 맨해튼에서 JFK공항까지 약 30km의 거리를 22분 만에 주파한다. 운임은 1인당 50달러(약 5만7190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버를 이용하면 70분이 걸리는데, 운임은 오히려 76달러(약 8만6960원)로 메이커보다 비싸다. 운항 1회당 평균 25마일(약 40km)을 이동하고, 하루 25회 운항한다고 가정했을 때 메이커 한 대가 연간 벌어들이는 매출은 240만달러(약 27억46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기체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이착륙장과 복합환승센터의 조성, 항공관제시스템, 통신시스템 등 여러 기반 시설이 갖춰져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또 발생 시 인명 피해가 큰 항공 사고 특성상 안전 문제와 대중의 인식 개선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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