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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바다에 띄우고… ‘후쿠시마’ 재발 막을 신기술도 속속

鶴山 徐 仁 2021. 7. 10. 11:16

원전, 바다에 띄우고… ‘후쿠시마’ 재발 막을 신기술도 속속

 

[탄소 제로 30년 전쟁] [10] 세계의 차세대 원전 신기술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7.10 03:16

 

세계 각국에서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원자로 개발이 한창이다. 사진은 2018년 4월 러시아의 해상 원전 발전소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를 떠나는 모습.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35메가와트 용량의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를 해상 원전에서 시험 가동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최근 안전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차세대 원전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폐연료도 재활용하고 바닷물에서 핵연료를 무한정 가져올 수 있는 기술까지 나오는 등 원전이 녹색 재생에너지로 발전하고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원전이 탄소중립의 기반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안전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며 “이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원천 봉쇄한 신기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 해일로 비상 발전기가 침수되면서 일어났다. 냉각수를 공급받지 못한 원자로가 녹아 내리면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방출됐다. 이후 세계 각국은 기존 원전에서 전원이 끊겨도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은 최근 자연 냉각으로 정전 때도 원자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중국에서 건립한 AP1000 원자로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원자로와 콘크리트 격납 용기 사이에 채운 물을 활용해 증기의 온도를 낮춰 물로 만든다. 증기 압력이 높아지지 않으니 폭발 위험도 없다.

국내 신고리·신한울 원전에 들어가는 최신형 APR1400 원자로는 비상 시 냉각수가 복잡하게 얽힌 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자로로 들어간다. 황일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석좌교수는 “APR1400의 설계를 일부 변경해 출력을 줄임으로써 외부 전력이 끊겨도 3일간 원자로 냉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APR1000도 개발됐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설계 허가 심사를 받고 있으며 올 11월 체코에 수출용 설계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바다에 띄우고, 수조 안에 가두기도

세계 각국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원자로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복잡한 원전을 원자로에 축소 집약시킨 ‘소형 모듈 원자로(SMR)’다. 러시아는 해상 원전 발전소 아카디미크 로모노소프에서 세계 최초로 35메가와트 용량의 SMR 2기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바다에 떠있으니 사고가 나도 바로 냉각이 가능하다. 미국 누스케일사(社)는 SMR 최초로 작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 심사를 마쳤다. 누스케일 SMR은 원자로가 수조 안에서 작동한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도 원자로 주변의 물로 바로 식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 에너지부는 테라파워와 엑스 에너지에도 7년간 총 3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SMR 개발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테라파워의 신형 원자로 나트륨은 345메가와트 규모로,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나트륨(소듐)을 쓰는 소듐냉각고속로(SFR)다. 액체 나트륨은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 사고가 나도 과열될 가능성이 작다. 액체 상태의 소금이 배터리처럼 열저장도 할 수 있다. 엑스 에너지가 개발 중인 초고온 가스원자로는 열에 강한 흑연으로 연료를 감싸 섭씨 1700도 이상을 견딘다. 체르노빌 원전이 녹아내린 온도보다 500도 이상을 더 견디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황일순 교수팀이 정부 지원을 받아 30~50메가와트 출력의 대형 선박용 SMR을 개발하고 있다.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납을 쓴다. 납은 물과 반응하지 않고 원자로가 녹는 사고가 나면 바로 굳어 방사능 유출을 차단한다. 또 고속 중성자로 핵분열을 일으켜 천연 우라늄이나 폐연료봉도 연료로 쓸 수 있다.

 

◇바다에서 연료 무한 공급 가능한 원자력

폐연료봉 재활용에 이어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는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닷물에는 우라늄이 40억톤 녹아있는데 대형 원전 1000기를 10만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양이다. 바닷물의 우라늄을 뽑아내면 다시 자연적으로 채워진다. 말 그대로 원자력이 재생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로 미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추 스탠퍼드대 교수는 “해수 추출 우라늄은 우라늄 광산이 없는 국가들도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연료를 구할 수 있게 해줄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또 다른 원자력 기술인 핵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투자한 캐나다의 제너럴 퓨전은 2025년까지 4억달러를 투자해 영국에 핵융합 발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원자의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로와 정반대로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핵융합은 유사시 바로 가동을 중단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이 훨씬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역시 연료인 중수소를 바다에서 무한 공급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