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전은 녹색에너지” 지정 추진
[탄소 제로 30년 전쟁] [10] 원전 비중 늘리는 국가들
미국은 ‘원전 100세 시대’ 검토
입력 2021.07.10 03:08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관한 세계 기후 정상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던 주요국 정상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동력은 원전에서 나올 전망이다. 유럽위원회(EC)는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종 결정은 안 났지만, 원전도 재생에너지처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원전 수명을 현재 60년에서 최대 100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원자로 개발이 한창이다. 사진은 2018년 4월 러시아의 해상 원전 발전소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를 떠나는 모습.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35메가와트 용량의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를 해상 원전에서 시험 가동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실제로 각국 정부는 원전 비중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원자력 비율을 현재 12%에서 20%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3배로, 중국은 2035년까지 2.7배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넷 제로' 보고서에서 원전의 에너지 공급 비율이 2020년 5%에서 2050년 11%로 배 이상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보고서에서 “원전이 급격히 줄면 결국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을 더 비싸게,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확정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전력에서 2014년 22.2%(설비용량 기준)였던 원전 비율을 2029년 23.4%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9%였던 원전 발전 비율을 2050년 7%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원장은 “불안정성 같은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원전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을 주장하다 보니, 기업들이 현실성 있는 탄소 중립 로드맵을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전, 바다에 띄우고… ‘후쿠시마’ 재발 막을 신기술도 속속
최근 안전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차세대 원전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폐연료도 재활용하고 바닷물에서 핵연료를 무한정 가져올 수 있는 기술까지 나오는 등 원전이 녹색 재생에너지로 발전하고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원전이 탄소중립의 기반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안전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며 “이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원천 봉쇄한 신기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 해일로 비상 발전기가 침수되면서 일어났다. 냉각수를 공급받지 못한 원자로가 녹아 내리면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방출됐다. 이후 세계 각국은 기존 원전에서 전원이 끊겨도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은 최근 자연 냉각으로 정전 때도 원자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중국에서 건립한 AP1000 원자로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원자로와 콘크리트 격납 용기 사이에 채운 물을 활용해 증기의 온도를 낮춰 물로 만든다. 증기 압력이 높아지지 않으니 폭발 위험도 없다.
국내 신고리·신한울 원전에 들어가는 최신형 APR1400 원자로는 비상 시 냉각수가 복잡하게 얽힌 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자로로 들어간다. 황일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석좌교수는 “APR1400의 설계를 일부 변경해 출력을 줄임으로써 외부 전력이 끊겨도 3일간 원자로 냉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APR1000도 개발됐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설계 허가 심사를 받고 있으며 올 11월 체코에 수출용 설계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바다에 띄우고, 수조 안에 가두기도
세계 각국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원자로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복잡한 원전을 원자로에 축소 집약시킨 ‘소형 모듈 원자로(SMR)’다. 러시아는 해상 원전 발전소 아카디미크 로모노소프에서 세계 최초로 35메가와트 용량의 SMR 2기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바다에 떠있으니 사고가 나도 바로 냉각이 가능하다. 미국 누스케일사(社)는 SMR 최초로 작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 심사를 마쳤다. 누스케일 SMR은 원자로가 수조 안에서 작동한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도 원자로 주변의 물로 바로 식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 에너지부는 테라파워와 엑스 에너지에도 7년간 총 3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SMR 개발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테라파워의 신형 원자로 나트륨은 345메가와트 규모로,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나트륨(소듐)을 쓰는 소듐냉각고속로(SFR)다. 액체 나트륨은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 사고가 나도 과열될 가능성이 작다. 액체 상태의 소금이 배터리처럼 열저장도 할 수 있다. 엑스 에너지가 개발 중인 초고온 가스원자로는 열에 강한 흑연으로 연료를 감싸 섭씨 1700도 이상을 견딘다. 체르노빌 원전이 녹아내린 온도보다 500도 이상을 더 견디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황일순 교수팀이 정부 지원을 받아 30~50메가와트 출력의 대형 선박용 SMR을 개발하고 있다.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납을 쓴다. 납은 물과 반응하지 않고 원자로가 녹는 사고가 나면 바로 굳어 방사능 유출을 차단한다. 또 고속 중성자로 핵분열을 일으켜 천연 우라늄이나 폐연료봉도 연료로 쓸 수 있다.
◇바다에서 연료 무한 공급 가능한 원자력
폐연료봉 재활용에 이어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는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닷물에는 우라늄이 40억톤 녹아있는데 대형 원전 1000기를 10만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양이다. 바닷물의 우라늄을 뽑아내면 다시 자연적으로 채워진다. 말 그대로 원자력이 재생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로 미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추 스탠퍼드대 교수는 “해수 추출 우라늄은 우라늄 광산이 없는 국가들도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연료를 구할 수 있게 해줄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또 다른 원자력 기술인 핵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투자한 캐나다의 제너럴 퓨전은 2025년까지 4억달러를 투자해 영국에 핵융합 발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원자의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로와 정반대로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핵융합은 유사시 바로 가동을 중단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이 훨씬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역시 연료인 중수소를 바다에서 무한 공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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