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中공산당 축하 실망… 이러려고 우리가 피흘려 한국 지켰나”
[바이든 시대의 외교]
차기 美상원 외교위원장… 밥 메넨데스 민주당 의원 인터뷰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1.02.03 03:12
미 연방의회의 밥 메넨데스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이 1일(현지 시각) 조선일보와 단독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밥 메넨데스 차기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1일(현지 시각) 본지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 데 대해 “실망스럽고(discouraging) 걱정된다(concerning)”고 했다. 그는 “중국이 홍콩인들에게 한 일, 대만에 가하는 위협 등은 정말 우려스럽다. (중국 공산당의) 그런 역사에 크게 기뻐할 일이 뭐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디지털 전체주의'를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촉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시진핑을 띄워주기(flatter) 위해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것(중국 공산당의 가치)들이 우리가 세계나 한국과 공유하는 가치가 아니란 점을 이해하고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러려고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고 한국의 방어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자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맞서 반드시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파괴적인 (6·25)전쟁 후에 한국을 강한 나라, 믿기 힘든 경제적 호랑이로 만들었던 그 원칙들을 옹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중 간의 대결에서 한국이 미국 편을 드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공유한 민주주의, 자유 시장, 법치, 반(反)부패, 분쟁의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 인권 같은 가치들을 수호하기 위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한국인들은 항상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인권을 준수하며 국제 질서, 법치,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 시장을 믿었다”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하고 있는 일을 본다면 한국이 역사의 어느 편에 서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과 나란히 선 메넨데스 -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밥 메넨데스(오른쪽) 미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가 지난 2013년 10월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서있다. 바이든은 당시 부통령이었다. 메넨데스는 1일(현지 시각)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 데 대해 “실망스럽고 걱정된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는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계승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은 전부 김정은을 정당화(legitimize)해주고 그를 국제적으로 버림받은 인물(pariah)에서 수용 가능해 보이는 인물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했던 위험 부담이 많은 개인적 외교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면서 “어떻게 이런 역사를 알면서도 그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가 만약 그런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그건 ‘재앙을 부르는 길(recipe for disaster)’”이라고도 했다.
작년 말 공포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그는 “문 대통령은 그것(대북 전단)이 도발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정보의 흐름은 보편적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고통받을 때 우리가 그들 편에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선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미국 외교의 주춧돌(cornerstone)로 격상시킬 것”이라며 “(상원 외교)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해제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관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를 비핵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되돌리고 국제 사찰을 받으려 한다면 제재의 해제나 현 수준 유지를 포함해 여러 가지 대응을 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이는 김정은에게 달린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발의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달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했을 때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훈계할 상황일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송 위원장의 카운터파트가 될 메넨데스에게 이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본질은 아니다. 어두운 날이었지만 미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제도들은 굳건했고 폭도들은 미국민의 뜻을 뒤집지 못했다”고 했다. 또 “한국에 훈계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미 동맹의 슬로건인) ‘같이 갑시다’는 우리가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무슨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그 가치들을 한국민들이 지킬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안부 배상 판결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최근 (이수혁 주미) 한국 대사에게도 말했지만 한국이 일본과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의 깊은 상처를 이해한다”면서도 “북한과 중국을 모두 억지하기 위해서 미국, 일본, 한국 간의 전략적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란이 지난달 한국케미호를 나포하고 국내 은행에 동결된 70억달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한국이 계속해서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밥 메넨데스 의원은
뉴저지주에 지역구를 둔 3선 상원의원으로 현재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다. 새로 출범한 연방의회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됨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중 신임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자란 그는 2006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15년째 상원의원을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2015년 라티노(중남미계)로는 처음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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