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對北 관련 자료

산업부 北원전 지원 문건, 핀란드어로 ‘북쪽’ 이름 달아 숨겼다

鶴山 徐 仁 2021. 1. 29. 12:42

산업부 北원전 지원 문건, 핀란드어로 ‘북쪽’ 이름 달아 숨겼다

 

북한 원전 지원 비밀리에 추진한 듯, 윤건영 “소설”이라더니

 

이민석 기자


입력 2021.01.29 10:36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이 공개됐다. 본지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삭제 파일 중엔 2018년 작성된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월성 원전 1호기 /뉴시스

 

◇북한 원전 파일 핀란드어로 저장 “외부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 신경쓴 듯”

본지가 입수한 530개 삭제 파일 목록에는 2018년 5월 2일자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파일부터 같은 달 5월 14일과 15일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이 포함돼 있었다. 삭제된 파일을 검찰이 복원한 결과 이 파일들은 모두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 밑에 있었다고 한다.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핀란드어로 ‘Pohjois-Korea’다. pohjois 폴더엔 ‘북원추(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라는 하위 폴더도 있었다. 법조계 인사는 “북한 원전 추진 계획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 같다”고 했다.

폴더엔 ‘북한 전력산업 현황 및 독일 통합사례.pdf’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PDF’와 같은 연구보고서도 포함됐다.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XLSX’등의 파일도 있었다. KEDO는 한국과 미국·일본이 1995년 설립한 기구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전력 공급용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 기구다. 이 보고서들은 우리 정부가 2018년 5월 당시 북한 전력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또다시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국내 원전 추가 건설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 건설은 없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도 없다”는 탈원전 공약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런 문 정부가 국내에 더 짓지 않겠다고 한 원전을 북한 지역에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일 등을 염두에 둔 장기 관점에서 미리 검토한 보고서일 수 있다”고 했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를 10여 건 만들어낸 2018년 5월 초·중순은 그해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직후였다. 또 이 보고서들을 만든 직후였던 그해 5월 말엔 현 정부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전직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1·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 산업부가 북한 지역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북한 경수로 지원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까지 물색했다면 단순한 장기 전망 보고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건영 본지 보도에 “소설 같은 이야기”

이 같은 내용은 작년 11월 본지가 < 월성원전 세운 산업부, 北엔 원전건설 지원 추진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 2018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본지 보도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남북 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했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 2일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의 PC를 압수해 그 안에 저장된 문서 파일 444건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 중 324건을 복원해 이 중에서 2018년 5월 초·중순에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보고서를 10여 건 발견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 10여 건을 포함, 산업부가 삭제한 내부 문건 목록 444건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송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