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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 망령이 세계를 떠도는 지금, 당신이 필요해

鶴山 徐 仁 2020. 2. 15. 17:59

전체주의 망령이 세계를 떠도는 지금, 당신이 필요해

조선일보


입력 2020.02.15 03:00


불멸의 작가 오웰, 타계 70주년
프랑스 대표 만화가들이 모여 전체주의 국가의 참상 알리고
평생 하층민 대변하는 글 썼던 그의 삶 담아 그래픽 전기 출간

조지 오웰

조지 오웰

피에르 크리스탱 글·세바스티앵 베르디에 등 그림
최정수 옮김ㅣ마농지ㅣ160쪽ㅣ2만원


전체주의 국가의 참상을 그린 소설 '1984'와 소련 공산주의를 풍자한 우화소설 '동물농장'을 쓴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이 올해로 타계 70주년을 맞았다. 그의 70주기를 앞두고 지난 한 해 전 세계적으로 오웰 재조명 열풍이 불었다. '1984'와 '동물농장' 판매량이 올랐고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룬 해설서와 전기(傳記)들도 쏟아져 나왔다. 오웰이 두 작품에서 그렸던 전체주의의 망령이 세계 곳곳을 배회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부른 '오웰 신드롬'이다.

그래픽 전기 형태로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 국민 만화로 불리는 '발레리안과 로렐린' 시리즈를 쓴 작가 크리스탱이 오웰의 삶을 글로 압축했고, 함께 참여한 만화가들은 그가 살던 시대 풍경과 작품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기본 스토리를 흑백 그림으로 이어가는 가운데 오웰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담은 장면을 컬러 그림으로 곳곳에 실어 입체감을 높였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등 명(名)문장들도 전기의 맥락과 어울리는 지점에 배치했다.

오웰의 생애는 길지 않았지만 한 가지 단어로 축약할 수 없는 다층적 삶을 살았다. 그는 언론인이자 소설가였고,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전체주의를 증오했다. 평화주의자였지만 파시스트에 대항해 스페인 내전에 뛰어들었고, 제국주의를 혐오하면서도 영국을 사랑했다. 중산층 출신이지만 평생 하층민과 함께하며 그들을 대변하는 글을 쓰고자 했다. 그들과 대화할 땐 명문 이튼스쿨을 다닐 때 몸에 밴 고상한 말투와 억양을 죄스러워했다. 책은 절묘하게도 이 모든 요소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면서 성공적으로 축약했다.

담배를 들고 집필 중인 조지 오웰. 폐결핵을 앓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않았던 그는 소설 ‘1984’를 발표하고 이듬해인 1950년 세상을 떠났다.
담배를 들고 집필 중인 조지 오웰. 폐결핵을 앓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않았던 그는 소설 ‘1984’를 발표하고 이듬해인 1950년 세상을 떠났다. /마농지

1922년부터 5년간 식민지 버마(지금의 미얀마)에서 대영제국 경찰로 복무한 오웰은 '제국주의를 혐오하는 제국주의의 앞잡이', '인종차별을 증오하는 백인'이라는 자기모순을 날카롭게 자각했다. 이런 심리적 갈등은 동의할 수 없던 체제에 용기 있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으로 발전했고, 소설 '버마 시절'에서 자신의 분신이었던 주인공을 권총 자살하게 하는 것으로 표현됐다.

이후 오웰은 '신념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하층민을 다룬 생생한 르포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부랑아들과 함께 런던의 노숙자용 숙소를 전전하거나 파리 호텔에서 접시닦이를 한 뒤에 썼고, '위건 부두로 가는 길'도 영국 탄광지대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함께한 뒤 발표했다. '카탈루냐 찬가'도 파시즘에 맞서 공화주의를 옹호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세상에 내놓았다.

오웰은 교조적 맹신을 경계한 지성인이었다. 자기 확신을 갖고 뛰어든 스페인 내전에서 좌파의 분열과 소련 공산당의 억압적 본질을 목도한 뒤 그는 전체주의에 맞서는 문학 세계로 이동했다. 말끝마다 프롤레타리아를 입에 올리면서도 안락한 삶을 추구하던 영국판 강남좌파들을 '부르주아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오웰의 성품을 드러낸 부분에선 미소를 머금게 된다. 그의 남달랐던 차(茶) 사랑을 만화적으로 강조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스페인에서 교전 중 총알이 가슴 높이로 날아와 참호 뒷벽을 때리는데도 오웰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서서 찻물을 컵에 부었다.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전우들 표정이 코믹하게 묘사돼 있다.

'오웰 이후'라는 제목을 단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다양한 장르에서 부활을 거듭하는 오웰을 기린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브라질'이나 소설가 시몽 레의 '마오 주석의 새옷' 등은 '1984'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책에 거론되지 않았지만,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나오는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라는 문장의 의미를 극적으로 탐색한 작품이다. '1984' 이후 탄생한 형용사 '오웰리언(Orwellian·전체주의적인)'도 불멸성을 획득했다.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저자는 오웰이 남긴 위대한 유산은 그가 필명을 따온 강과 닮았다고 말한다. '오웰강의 수면은 겉보기에는 잔잔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마구 소용돌이치듯이, 어떤 수수께끼는 한 사람과 그의 작품에 영원히 머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5/20200215001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