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백 년이라는 숫자다.
그것은 우리 시에서 자주발견되는 ‘천 년’과 다르다.
천 년은 영원성을 표상하는 동양적 숫자이다.
많은 시인들이 자신의 지향과 감정의 크기를 최대화 하기 위해서 천 년,
천 번, 천 개 등을 거듭 사용하곤 한다....
실감되지 않는천 년은 감정과 욕망의 과잉 혹은 과장에 불과하며 공소하기
그지없는시간의 기표일 뿐이다.(중략). 백 년은 천 년과 달라서 보다
현실적개연성을 지닌 숫자이다.”엄경희 저(著) 《시》(새움, 13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천 년’은 넘볼 수 없는 하늘의 숫자로서 낭만 반, 포기(?) 반의 숫자입니다.
반면 ‘백 년’이라는 숫자는 우리 인간이 최선을 다해 꽂아야 하는 치열한 깃발의 숫자입니다.
하늘에 속한 영역을 마치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양 마구 휘두르는것은 교만함입니다.
시인이 하늘의 영역인 천 년, 천 번, 천 개 등을거듭 사용하여 감동을 주려한다면,
감동은커녕 욕망의 과잉과 과장으로욕을 먹습니다.
반면, 자신이 해야 하는 일마저도 하늘 운운하면서손을 놓고 있다면 게으름입니다.
진정한 신앙은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내가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입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대결을 할 때,물맷돌 다섯 개를 준비했다는 것은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골리앗을 향해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