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니라>(12절).
이스라엘의 첫 사사 옷니엘이 이끌었던 지난 40년간의 평온이 잔혹했던 메소포타미아 왕 구산 리사다임 치하에서 겪은 8년간의 비참함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죄와 우상숭배의 악순환에 빠진 것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집니다. 평안하고 안락한 여건이나 환경 가운데서 살다 보면 자칫 각종 죄악에 빠지기 쉽고, 영적인 타락의 길로 들어서기가 십상입니다. 같은 고비에서 되풀이 하여 넘어지는 역사의 숱한 실패와 좌절을 보며 오늘 우리도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하고 단단히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결국은 하나님이 다시 <모압 왕 에글론을 강성하게 하사 그들을 대적하게 하셨다>(12절)고 합니다. <모압 족속>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과 그의 딸 사이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모압>의 후손들입니다(창 19:30-38). 그리고 <에글론>은 <젊은 황소>라는 뜻의 이름으로 사사시대 초기 모압을 이끌었던 왕으로 한 때 요단강 서부 지역을 강점하기도 한 힘 있는 왕이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자손이 모압 왕 에글론을 열여덟 해 동안 섬기니라>(14절).
그러나 이스라엘이 다시 하나님께 부르짖어 구원을 호소하므로 하나님이 그들을 위해 세우신 구원자가 바로 이스라엘의 두 번째 사사인 왼손잡이 <에훗>이었습니다. 에훗은 베냐민 지파 출신이었고, 또 당시 에글론이 점령하고 압제하던 여리고 성 역시도 베냐민 지파의 기업이었습니다(수 18:21). 사사 에훗이 에글론 왕을 처단하는 대목을 보십시오. <에훗이 ... 칼을 빼어 왕의 몸을 찌르매 칼자루도 날을 따라 들어가서 그 끝이 등 뒤까지 나갔고 그가 칼을 빼내지 아니하였으므로 기름이 칼날에 엉겼더라>(21-22절).
우리는 에훗의 이런 암살행위에 대해 그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에훗의 행위는 사적인 원한이나 개인의 정치적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행한 응징이었으므로 정당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