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NLL 남쪽 130여㎞ 떠내려와 우리 어민이 삼척항 인근서 발견
해군·해경·육군, 3중 감시망 뚫려… 구조상황 '쉬쉬'하다 뒤늦게 공개
정부 소식통은 16일 "북 어민 4명이 탄 북한 어선이 15일 오전 6시 50분쯤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어선에 발견돼 관계 당국에 신고됐다"고 말했다. 북 어선은 조업 중 기관 고장으로 동해 NLL 이남까지 표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경과 국정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는 삼척항으로 예인된 북한 어선과 어민들을 대상으로 표류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NLL 경계 책임은 일차적으로 해군에 있다. 해경은 NLL 이남 민간 선박들을 감시하고 우리 어선 등의 월북 방지 임무 등을 맡고 있다. 해경과 해군은 레이더로 탐지한 선박의 경우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우리 민간 선박인지, 북 어선 같은 미식별 선박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해안에서 수십㎞ 이내는 육군의 해안 감시 레이더로 중첩 감시한다. 북 어선이 동해안 가까이 해안선을 따라 내려왔다면 사실상 3단계 감시망이 모두 뚫렸다는 얘기가 된다.
앞서 1998년 6~7월에도 북한 유고급 잠수정과 공작원 시체가 속초와 동해시 앞바다에서 어민에 의해 발견돼 "경계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엔 탐지가 어려운 수중 침투였고, 발견된 지역도 삼척보다 북쪽이었다.
합참과 해군 등 군 당국은 이번 사안에 대해 "관계 당국에서 조사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는 "전마선(목선)과 같은 소형 선박은 레이더로 탐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원식(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합참 차장은 "남북 군사합의로 인해 대북 경각심이 약화하고 경계 작전에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이뤄진 남북 군사합의는 우리 측 속초에서 북측 통천까지 약 80㎞ 해역을 완충 수역으로 설정하고 이 수역에서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 기동 훈련을 중지토록 했다. 다만 해상초계 작전 등 대북 해상 경계 활동엔 영향이 없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군 당국이 북한 어선 구조 상황을 신속 공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군의 태도가 지난 11일 속초 동북쪽 161㎞ 해상에서 표류하던 북 어선을 구조했을 때와는 딴판이란 것이다. 당시 합참은 북 어선 발견 약 6시간 만에 장문의 문자메시지와 자체 촬영 사진을 언론에 보내는 등 구조 작전 상황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직 국방부 관리는 "구조된 북 어민 일부가 귀순 의사를 밝혀 정부가 난감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