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 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
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김애란 외 11인 공저(共著) 「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18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소크라테스로 인해 유명해진 경구 “너 자신을 알라”는 “나는 내가
무식하다는 것을 안다” 라는 의미와 같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소크라테스 자신과의 차이는 “나는 내가 무식하다는
것을 안다” 라고 했던 겁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과 내면을 모두 들여다
본다는 의미가 아닐 것입니다.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듯이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람 속은 천 길
물 속이라’고 했듯이,사람마다 온갖 복잡 미묘한 세계를 마음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그와 나는 차이가 있다” 는 것을 체득해 가면
서,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가리켜 ‘타인을 이해해 간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나의 행복의 길을 온전히 알고 있는 분은 하나
님이십니다. 또한 그 사람을 잘 알고 그 사람의 행복의 길을 온전히
알고 계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따라서 나와 타인이 하나님 안에
있을 때, 모든 가능성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