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한 남자는 삶을 비관하며 한강을 찾았습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하던 사업도 친구의 배신으로 실패하여 계속 빚만 늘어나고 거절 못 해 보증서준 빚마저 떠안게 된 거죠. 가정은 파탄 나고 부인과 아이들을 돌볼 능력도 없었죠. 삶의 좌절과 떠나버린 부인에게 향하는 배신감, 무능한 아빠의 초라함으로 인해 그는 삶을 포기하기 위해 한강으로 간 거죠. 마지막으로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이 났고 불효자의 인사라도 드릴 요량으로 시골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팔순의 아버지 무뚝뚝한 목소리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겨우 뱉어낸 말은 '아버지 건강하시죠? 아버지, 아버지께서 그렇게 사셨어도 저 아버지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끊어버렸답니다. 이 중년 신사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어릴 적 보아온 아버지는 술 주정에 손찌검도 하는 나쁜 아버지였으니까요. 나중에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는 다짐하며 살았고 결코 아버지와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죽음 앞에서 긴 세월 가슴에 걸려있던 고백을 한 거죠.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