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 칼럼>공산주의와 정의 문제를 다룬 명저들
작성일: 2018-12-26 09:35:36
김준엽, 김창순의 공저인 『한국공산주의운동사』 다섯 권은 1962에 시작하여 1986년에 나왔다. 서대숙의 『The Korean communist in 1918~1948』은 1967년, 스칼라피노와 이정식의 공저인 『Communism in Korea』는 1972년에 나왔다. 이들은 전인미답의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자료 수집에 특히 애로를 겪었다. 한인에 의해 작성된 기록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산주의 운동은 일제하에서 지하투쟁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기록이 별로 없었으며 증언 청취도 일치하지 않는 것이 많았다. 일제 통치기관 문서에 수록되어 있는 사상사건은 고등경찰 문서와 그 연장으로서의 재판문서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믿어버릴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일본은 진실 파악을 혼란시키기 위해 부일배를 민족 지사로, 민족 지사는 부일배로 둔갑시켜 놓는 악랄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한국공산주의운동사』는 장만 소개해도 운동의 흐름과 편성을 파악할 수 있다. 제1권은 한국의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러시아의 한인 사회와 볼셰비키 혁명, 한인의 초기 공산주의 운동, 양당의 군통수권 투쟁, 양당의 해체와 신기관의 설치, 제2권은 3·1운동 이후의 민족운동, 좌익 운동의 생성과 발전, 조선 공산당의 조직 준비, 조선 공산당 및 고려 공산 청년회의 결성과 신의주 사건, 제2차 조선 공산당과 6·10만세 운동, 제3권은 전환기의 합법 단체 동향, 제3차 조선 공산당의 성립과 붕괴, 제4차 조선 공산당 비정통파 조선 공산당, 코민테른의 12월 테제와 조선 공산당의 해체, 제4권은 만주에서의 한인 민족 운동 만주에서의 한인 공산주의 운동 중국 공산당 만주성 위원회와 한인 공산주의 조직 제5권은 중국 공산당의 만주 무력 조직과 한인 대원, 중국 관내에서의 한인 공산주의 운동, 일본에서의 한인 공산주의 운동에 이어 마지막 장에서 조선 공산당 재건 운동을 다루고 있다. 총 2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김준엽은 1920년 평북 강계에서 태어나 일본 게이오 대학 동양사학과에 재학 중 학병에 끌려갔다가 탈출하여 광복군 장교가 되었다. 해방 뒤에 고려대에서 교수가 되고 총장을 지냈다. 아세아 문제연구소를 창립하여 세계적 연구소로 키웠으며, 월간지 「사상계」의 주간의 주간으로도 활동하였다. 김창순은 19290년 평북 의주에서 태어나 만주 국립대학 할빈 학원을 졸업하고 공산치하에 있다가 1·4후퇴 때에 월남 내외문제연구소장으로 북한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연구에 전념하였다.
고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허영한 기자
이분들은 생애 자체가 한국 현대사다. 후학들이 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사학자로서 정밀함과 엄격함이다. 공산주의 운동 연구로 김준엽, 김창순 공저의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이외에는 더할 것이 별로 없다. 1993년 러시아에서 제공한 문서가 김일성 연구에 참작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실로 E.H. Carr의 『History of the Soviet Union』에 견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단기 4287년 (서기 1954년)에 사상계 사가 출간한 브루너 저, 전택부 역의 『정의와 사회질서』는 명저다. 스위스의 종교 철학자 브루너의 명성이 높지만 전택부의 번역도 대단히 유려하다. 안타까운 것은 국한문 혼용이라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이다.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은 그들인데도 말이다. 1971년에 나온 존 롤즈의 『정의론』에 한 세대 앞서서 분배적 정의의 문제를 원리와 실천 양면에서 깊이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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