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로 5명이 사망한 해병대는 18일 육·해·공군, 국방기술품질원과 함께 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조사위원장은 조영수 해병대 전력기획실장(준장)이 맡았다. 해병대 관계자는 “예단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일단 기체 결함 쪽에 무게가 실린다.
마린온 추락 기체결함 때문인가
수리온 조종사들 “최근 말썽 잦았다”
노르웨이선 기어박스 불량 추락
수리온 필리핀 수출길에도 악영향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방위사업청이 수리온(마린온의 원 모델)의 결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낙뢰 보호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수리온은 2015년에도 엔진 과속이 발생했고 지난해 11월 시험비행 때 기체 이상으로 비상 착륙했다. 그러나 17일 사고는 감사원 지적 사항과 차원이 다르다.
정부 소식통은 “수리온과 마린온의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품 때문에 17일과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정부 소식통은 “수리온과 마린온의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품 때문에 17일과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수리온과 마린온의 모체는 유럽의 에어버스 헬리콥터(옛 유로콥터)가 생산한 AS332(수퍼 퓨마)다. AS332의 확대형인 EC225는 2016년 4월 노르웨이에서 추락해 탑승자 13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사고 원인은 엔진의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에 균열이 생기면서 회전날개(로터 블레이드)가 동체에서 분리된 것이었다. 수리온의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에어버스 헬리콥터로부터 수입한 주기어 박스를 수리온과 마린온에 장착했다. 주기어 박스는 헬기의 엔진과 회전날개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노르웨이 사고 직후 에어버스 헬리콥터는 수리온 헬기의 부품 교체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권고 사항을 KAI에 보냈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당 기어박스는 모두 교체한 상태”라며 “노르웨이 사고는 주기어 박스가 통째로 뜯겨 나갔지만 17일 사고는 날개 1개가 먼저 떨어져 나간 뒤 주기어 박스가 분리됐다. 사고 유형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회전날개 한 개가 갑자기 부러지듯 튕겨져 나갔고, 곧바로 나머지 회전날개 전체가 통째로 뜯겨나갔다”고 밝혔다.
수리온 시험비행에 나섰던 조종사들 사이에선 진동 저감장치가 이번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동을 줄이기 위해 최근 추가된 장치가 종종 말썽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회전날개의 진동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그 흔들림이 헬기 전체에 영향을 미쳐 회전날개와 기체가 분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남 고성에서 시험비행 중 비상 착륙한 수리온도 진동 저감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조사위는 마린온의 부품인 기어의 내구도를 정밀 검사하고 제조사인 KAI도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위는 정비 불량의 가능성도 따져보기로 했다.
수리온은 해병대용 마린온 이외에도 의무후송용 헬기와 산불진화용 헬기 등 다양한 유사 기종이 있다. 이 때문에 사고 원인이 마린온 기체 결함으로 판정되면 수리온 계열 헬기 전부의 운항 중단과 정비가 불가피하다. 이번 사고로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전력화한다는 해병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수리온이 결함이 있었던 헬기라고 해서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의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수리온의 필리핀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