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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특파원 리포트] 상처만 덧낸 사드 줄타기

鶴山 徐 仁 2017. 8. 31. 23:05



입력 : 2017.08.31 03:14   

이길성 베이징특파원
이길성 베이징특파원

베이징의 여름을 '간러(乾熱·마른 여름)'라고 한다. 기온이 40도에 육박해도 습도가 낮아 그늘과 바람은 시원하다. 올여름 베이징에선 그 간러가 실종됐다. 비가 자주 내려 덥고 습했다. 교민 사회 분위기도 날씨만큼이나 답답하다. 국민과 소통하기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사드 외교에선 그저 시간만 보내는 것 같은 모습에 아쉬움과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현대차 중국 공장의 협력업체가 부품 공급을 끊는 바람에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정권이 바뀌면 한·중 관계가 풀릴 것이라던 기대감은 온데간데없다.

기대감이 급속히 사그라진 건 이해찬 특사가 다녀간 직후부터다. 중국 정부의 태도가 그때 이후 오히려 더 완강해졌다는 걸 한국 기업들은 체감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두고 미·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문재인 정부는 그 사이 돌고 돌아 결국 추가 배치를 결정했다. 교민 사회에선 "이럴 거였다면 차라리 일찌감치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해찬 중국 특사가 5월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상하이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쪽에서도 싸늘한 평가가 들린다. 한국 새 정부가 내세웠던 '전략적 모호성'을 두고 "한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앞에서 하는 말 다르고, 트럼프를 만나 하는 얘기가 다른 것이냐"고 한다. "말이 안 통한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에 외면당했던 박근혜 정권의 대중(對中) 외교와 비교해봐도 오락가락하며 결단을 못 하는 것으로 비치는 현 정권의 대중 외교가 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월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단이 '사대 외교' 논란 속에 방중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을 만났다. 필자는 당시 방중단의 핵심 의원을 사석에서 만나 '북핵·사드를 어떻게 풀 거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그는 "하여튼 우리가 하면 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캠프의 넘치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드러난 현실은 그의 말이 한낱 '희망 사고'였음을 보여준다.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슬픈 사실은 국제 정치는 늘 냉혹하고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함께 한국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은 그는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의 여당이 곱씹어야 할 말 아닐까.

중국의 한 국제 정치 전문가는 "한·중 관계의 어려움은 사드가 직접 원인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한 국 사회가 지난 25년 중국의 변화에 전혀 준비가 안 된 데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올가을 19차 당 대회가 끝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독일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강력해진 통치자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정권 초기 시행착오를 겪은 문 대통령의 사드·대중 외교가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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