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방식은 코일에 전류를 흘려 자기장을 만드는 것까지는 MI 방식과 같다. 자기장 주파수와 수신 코일의 진동수를 맞춰 먼 거리에서 강한 전기를 유도하는 게 차이다. MI 방식에 비해 전송효율은 떨어지지만 전송 거리는 수m로 훨씬 길다. 같은 공진 주파수를 갖는 여러 단말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도 있다.
솔랴치치 교수가 설립한 와이트리시티란 벤처기업은 이런 방식의 충전기를 천장·벽·바닥 등에 삽입해 실내 전체를 무선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성공하면 가전 제품의 전선을 모두 없앨 수 있다. 방전된 스마트폰은 방에 들고 들어가기만 해도 저절로 충전이 된다.
MR 방식은 의료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보청기는 크기가 작아 고령자들이 배터리를 갈기 힘들다. 한국전기연구원 융복합의료기기연구센터는 이에 착안해 무선충전식 스마트 보청기를 만들고 있다. 박영진 센터장은 “잠자리에 들 때 보청기를 빼 그릇 모양의 충전기에 담아두면 MR로 전원이 공급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박 센터장은 “무선충전 심박조율기(페이스메이커)도 수년 내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는 환자들이 몇 년에 한 번씩 페이스메이커를 몸 밖으로 빼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달리는 전기차·열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조동호 교수팀이 개발한 올레브(OLEV) 전기버스가 대표적인 예다. 차고지·종점·정류장 바닥에 무선 송전 장치를 묻어둬 전기버스가 달리면서 저절로 충전이 된다. 이 버스는 현재 경북 구미에서 운행 중이며 다음달 세종시에도 도입된다. 조 교수팀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해 차세대 KTX(해무)에 버스보다 더 큰 전력을 무선으로 공급해 시속 3~4㎞로 움직이는 데도 성공했다.
◆ 우주에서도 가능하다 = 수㎞ 이상 떨어진 곳에 전력을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주파수가 ㎓(1㎓=1000㎒=100만㎑) 이상인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면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75년 이 방식으로 약 1.6㎞ 떨어진 곳에 30㎾의 전력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파 방식은 미래 ‘우주 발전소’의 핵심 기술로도 꼽힌다. 우주는 태양복사에너지가 지상의 10배쯤 된다. 낮과 밤, 계절, 날씨의 변화도 없다. 이 때문에 지구정지궤도(지상 3만6000㎞)에 태양광발전위성(SPS)을 띄우면 전력을 대량 생산할 수 있고, 이 전력은 마이크로파로 지구에 무선 전송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윤용식 박사는 “워낙 발전량이 커 전송 효율이 좀 떨어져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20년까지 10~100㎿급, 2030년까지 1GW(1GW=1000㎿)급 태양광발전위성을 우주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발전용량이다.
◆ 와이파워(Wi-Power) = 네트워크 케이블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 기술처럼 전선 없이 전력을 공급받는 기술을 가리킨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