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공장 돌리기' 확인···"조영남, 밝히지 않은 게 문제"
[출처: 중앙일보] 미술계 '공장 돌리기' 확인···"조영남, 밝히지 않은 게 문제"
드러난 작가·조수 협업 실체
| 앤디 워홀은 조수가 제작했다 밝혀
평론가 “조씨, 관례상 허용범위 넘어”
조수를 시켜 대신 그린 그림을 자기 이름으로 팔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씨의 이른바 ‘대작(代作) 사건’(중앙일보 5월 17일자 10면)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조씨의 주문으로 지난 8년 동안 ‘화투 그림’ 등 300여 점을 그려줬다는 화가 A씨의 제보로 현대미술의 제작 공정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한국 미술계에 그간 위작이나 표절 시비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그린 작품에 대한 논란은 처음이다. 업계에서 ‘공장 돌린다’는 은어로 통하는 작가와 조수 간의 협업 작업이 대중 앞에 실체를 드러냈다.
미술계에서는 우선 ‘대작’이란 단어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대작이란 미술계에 없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현대미술 사조인 미니멀리즘이나 팝아트에서 작가의 콘셉트대로 조수가 제작하는 게 관행이라지만 조영남의 그림이 그에 속하느냐 안 속하느냐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원격으로 그림이 오갔다는 점이라고 정씨는 지적했다. 보통 조력자를 두면 한 공간에 있으면서 즉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조수가 아예 원작자의 통제 또는 감독 없이 그림을 그렸기에 후에 마무리 손질을 하고 사인을 했다고 해도 도가 지나쳤다는 분석이다. "관례라 하더라도 허용 범주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 진중권 “콘셉트 제공했다면 괜찮아
작품 하나에 공임 10만원 너무 짜”
미학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작품의 콘셉트를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 너무 짜다”고 썼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갑질’과 ‘열정 페이’에 딱 들어맞는 경우라고 꼬집은 것이다.
예술을 너무 우습게 아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평생 굶고 살아도 자기 작품에 목숨을 거는 다른 예술가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분개했다. 본인이 기존 미술판을 비판하는 글을 썼으면서도, 자기 손으로 사인을 하면 상품이 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그걸 판화에 비유하며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나눈다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건 억지라는 얘기다.
서구 미술계에서는 미술시장에서 제왕 노릇을 한 앤디 워홀이나 제프 쿤스 같은 대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공장)’라 칭한 경우가 있다. 그들은 자신은 콘셉트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조수가 제작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조씨의 경우는 그걸 밝히지 않고 ‘유명 연예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프리미엄을 얹어 상업행위를 했다는 점이 비판 대상이 된다. 본업은 아니지만 화가로서도 자기가 100%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한 미술 애호가는 "지금껏 100% 조씨의 그림으로 믿어왔는데 배신감이 크다. 대작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 조씨 “최근 바빠 조수가 거의 다 해
작품 산 사람들 불쾌하다면 환불”
가수와 방송인으로서 조씨의 활동 영역을 감안하면 그의 그림 생산량은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했다. 본인도 이 점은 인정했다. 조씨는 17일 “스케줄이 빠듯해서 최근 작품은 거의 A가 다 했다. 무리한 진행이었다. 내 욕심이 빚은 일이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의뢰가 오면 응하겠다. 내 작품을 산 구매자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불쾌하다면 환불해주겠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무명화가 "조영남 그림 8년 그려줬다"···검찰, 조씨 압수수색
② 조영남 “그려달라 부탁한 건 맞지만 100% 내 작품”
사건을 맡은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지난 16일 조씨의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에 이어 후속 검증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A씨가 그려줬다는 그림을 확보해 A씨와 조씨가 각각 어느 선까지 그렸는지, 그 작품이 얼마에 팔려 나갔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조영남 개인전을 준비 중이던 서울 후암동 갤러리 U.H.M.은 예정대로 19일부터 6월 9일까지 전시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조씨가 공동 진행자로 출연하던 MBC 라디오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제작진은 17일 “대작 의혹에 휘말린 가수 조영남을 대신해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임시 DJ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한은화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출처: 중앙일보] 미술계 '공장 돌리기' 확인···"조영남, 밝히지 않은 게 문제"
| 앤디 워홀은 조수가 제작했다 밝혀
평론가 “조씨, 관례상 허용범위 넘어”
조수를 시켜 대신 그린 그림을 자기 이름으로 팔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씨의 이른바 ‘대작(代作) 사건’(중앙일보 5월 17일자 10면)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조씨의 주문으로 지난 8년 동안 ‘화투 그림’ 등 300여 점을 그려줬다는 화가 A씨의 제보로 현대미술의 제작 공정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한국 미술계에 그간 위작이나 표절 시비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그린 작품에 대한 논란은 처음이다. 업계에서 ‘공장 돌린다’는 은어로 통하는 작가와 조수 간의 협업 작업이 대중 앞에 실체를 드러냈다.
미술계에서는 우선 ‘대작’이란 단어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대작이란 미술계에 없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현대미술 사조인 미니멀리즘이나 팝아트에서 작가의 콘셉트대로 조수가 제작하는 게 관행이라지만 조영남의 그림이 그에 속하느냐 안 속하느냐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원격으로 그림이 오갔다는 점이라고 정씨는 지적했다. 보통 조력자를 두면 한 공간에 있으면서 즉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조수가 아예 원작자의 통제 또는 감독 없이 그림을 그렸기에 후에 마무리 손질을 하고 사인을 했다고 해도 도가 지나쳤다는 분석이다. "관례라 하더라도 허용 범주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 진중권 “콘셉트 제공했다면 괜찮아
작품 하나에 공임 10만원 너무 짜”
미학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작품의 콘셉트를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 너무 짜다”고 썼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갑질’과 ‘열정 페이’에 딱 들어맞는 경우라고 꼬집은 것이다.
예술을 너무 우습게 아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평생 굶고 살아도 자기 작품에 목숨을 거는 다른 예술가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분개했다. 본인이 기존 미술판을 비판하는 글을 썼으면서도, 자기 손으로 사인을 하면 상품이 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그걸 판화에 비유하며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나눈다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건 억지라는 얘기다.
서구 미술계에서는 미술시장에서 제왕 노릇을 한 앤디 워홀이나 제프 쿤스 같은 대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공장)’라 칭한 경우가 있다. 그들은 자신은 콘셉트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조수가 제작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조씨의 경우는 그걸 밝히지 않고 ‘유명 연예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프리미엄을 얹어 상업행위를 했다는 점이 비판 대상이 된다. 본업은 아니지만 화가로서도 자기가 100%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한 미술 애호가는 "지금껏 100% 조씨의 그림으로 믿어왔는데 배신감이 크다. 대작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 조씨 “최근 바빠 조수가 거의 다 해
작품 산 사람들 불쾌하다면 환불”
가수와 방송인으로서 조씨의 활동 영역을 감안하면 그의 그림 생산량은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했다. 본인도 이 점은 인정했다. 조씨는 17일 “스케줄이 빠듯해서 최근 작품은 거의 A가 다 했다. 무리한 진행이었다. 내 욕심이 빚은 일이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의뢰가 오면 응하겠다. 내 작품을 산 구매자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불쾌하다면 환불해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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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무명화가 "조영남 그림 8년 그려줬다"···검찰, 조씨 압수수색
② 조영남 “그려달라 부탁한 건 맞지만 100% 내 작품”
사건을 맡은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지난 16일 조씨의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에 이어 후속 검증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A씨가 그려줬다는 그림을 확보해 A씨와 조씨가 각각 어느 선까지 그렸는지, 그 작품이 얼마에 팔려 나갔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조영남 개인전을 준비 중이던 서울 후암동 갤러리 U.H.M.은 예정대로 19일부터 6월 9일까지 전시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조씨가 공동 진행자로 출연하던 MBC 라디오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제작진은 17일 “대작 의혹에 휘말린 가수 조영남을 대신해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임시 DJ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한은화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출처: 중앙일보] 미술계 '공장 돌리기' 확인···"조영남, 밝히지 않은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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