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03 09:27
▲ 소련 시절인 1988년부터 실전 배치된 토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현재 러시아 전략미사일군의 핵심 전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출처: 러시아 국방부>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공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이다. 사정거리 5,500㎞ 이상의 탄도미사일로, 대기권 밖을 비행한 후 핵탄두로 적의 전략목표를 공격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함께 전략핵무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다른 전략핵무기들과 달리 발사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가장 위력적인 전략핵무기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5개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800여 발에 달한다.
- ▲ 세계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R-7이 발사된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출처: 미항공우주국>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최초로 발사한 소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개발한 V-2는 탄도미사일의 원조라고 불린다. 나치 독일은 V-2를 기반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5,0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 했지만, 전쟁에 패전하면서 이 계획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전후 미국과 소련은 관련 기술을 입수하게 되고, 동서냉전이 시작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경쟁이 본격화된다. 개발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소련이었다. 1957년 8월 21일 세계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R-7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Baikonur)에서 발사되었다. 당시 미국이 핵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소련은 보유하던 핵탄두에 맞춰 300톤(t)에 달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
- ▲ 아틀라스 미사일과 같은 초기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준비에 최소 10시간 혹은 하루 이상이 걸려 긴급한 경우에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했다. <출처: 미 공군>
애물단지였던 초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소련에 선수를 뺏긴 미국은 아틀라스(Atlas) 미사일을 1959년부터 배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련의 R-7과 아틀라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무기로 사용되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액체추진제 사용했기 때문에, 발사직전이 아니면 추진제를 미사일 내에 주입할 수 없었다. 또한 발사준비에 최소 10시간 혹은 하루 이상이 걸려 긴급한 경우에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밖에 미사일을 발사대에 세워둔 채로 발사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적의 선제공격에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문제로 초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무기로 운용되기에는 한계가 많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하자 재빨리 퇴역하게 되었다. 1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불렸던 R-7과 아틀라스 미사일은 이후 로켓으로 개량되어 우주개발에 사용되었다. 특히 R-7 미사일은 세계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와 인류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을 우주로 보내는데 사용되었다.
버튼전쟁의 시대
▲ 미국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하여 발사명령을 받으면 수십 초 내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출처: 미 노스롭그루먼사>
1960년대에 이르러 미국과 소련에서는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은 미사일 발사준비에 필요한 시간 단축과 핵탄두 위력의 증대 그리고 방어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다. 미사일에 주입한 채 저장할 수 있는 액체추진제와 미사일에 처음부터 내장되는 고체추진제가 적용되었다. 또한 핵탄두로 수소폭탄이 사용되면서 메가톤급의 위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이밖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생존성 향상을 위해 강화 콘크리트로 만든 지하격납고 즉 사일로(Silo)에 미사일을 본격적으로 보관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타이탄(Titan) 2와 미니트맨(Minuteman), 소련의 SS-7, SS-8, SS-9은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알려져 있으며, 2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등장으로 미소 양국은 본격적인 버튼(Button)전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미니트맨의 경우 고체추진제를 사용하여 발사명령을 받으면 발사버튼을 눌러 수십초내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다.
- ▲ (좌)MIRV는 하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탑재해 한번에 다수의 목표지점을 공격할 수 있다. <출처: 미 공군>
(우)1980년대 소련은 철도로 이동 및 발사가 가능한 SS-24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했다. <출처 (cc) George Shuklin at Wikimedia.org>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소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경쟁은 미사일의 양적 확대 대신 질적 향상에 맞추어져 있었다. 특히 1970년 미국은 MIRV(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즉 다탄두 개별표적 재진입체를 개발한다. MIRV는 하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탑재해 한번에 다수의 목표지점을 공격할 수 있었다. MIRV의 등장과 미사일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숫자 보다는 미사일에 탑재되는 탄두의 수량이 중요해지게 되었다. 또한 1980년대 들어서는 사일로에서 고정으로 운용되던 방식을 탈피해,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 선보이게 된다. 소련은 철도로 이동 및 발사가 가능한 SS-24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했고, 러시아로 바뀐 2006년에는 차량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토폴-M(Topol-M)을 배치하기 시작한다.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은 고정형과 달리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아, 선제공격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 ▲ (좌)중국은 1980년대 중반 사정거리 12,000㎞ 이상의 둥펑(东风)5를 개발한다. <출처: 중국 국방부>
(우)북한이 가진 KN-08은 사정거리가 6,000㎞ 추정되고 있으며, 수 차례의 연소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처: 조선중앙통신>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1969년 이래 미국과 소련은 전략무기제한협정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수량을 제한해왔고 1982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채결된 뒤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수량뿐만 아니라 탑재되는 탄두도 감축대상이 되었다. 또한 지속적인 전략무기감축협정을 통해, 현재 운용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탄두도 미사일당 1기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사이 제3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 사정거리 12,000㎞ 이상의 둥펑(东风)5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핵탄두를 10발까지 탑재할 수는 둥펑41을 개발 중에 있다. 북한 또한 1990년대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에 나섰다.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광명성 2호 로켓 그리고 2012년 12월 은하3호 로켓 발사에 성공하며, 사거리 13,000여㎞ 수준의 추진체를 개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지난 2012년 4월 열병식에 등장한 KN-08의 경우 사정거리가 6,000㎞ 추정되고 있으나, 북한은 10,000㎞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며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성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글 김대영 | 군사평론가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방관련 언론분야에 종사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겸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해군발전자문위원 및 방위사업청 반 부패 혁신추진단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주석
바이코누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에 위치한 세계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우주선 발사 기지
메가톤급
1메가톤은 TNT 100만t을 의미하며, 에너지 단위로 1메가톤의 폭발력은 100만t 분량의 TNT를 한꺼번에 폭발시킬 때 나오는 폭발력이다.
사일로(Silo)
핵무기 등 위험 물질의 지하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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