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 국회 법안처리가 최고의 비상대책이고 혁신이다
동아일보
입력 2014-09-26 03:00:00 수정 2014-09-26 03:00:00
정의화 국회의장은 2주 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26일 본회의를 개최하는 정기국회 일정을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문제로 내분에 휩싸이고 ‘식물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호된 질책이 쏟아지자 정 의장은 26일에 국회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직권 결정했다. 오늘이 국민 앞에 약속한 그날이다.
정기국회가 개회한 지 26일이나 경과했는데도 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 일정마저 잡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오늘에야 의원 총회를 열어 국회 복귀 여부를 논의한다. 새정치연합 내에는 “더이상 국회에 불참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확산되는 추세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에도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책위는 어제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보여줄 것을 (야당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온 기존 태도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강경파들에게 제동을 걸고 이전과 다른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어제 정 의장을 찾아가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면 후유증이 너무 크다”며 오히려 정 의장을 나무란 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본회의 참석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법 76조는 여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기 전체 및 당일의 의사일정 등을 정하고 본회의를 개의(開議)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의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국회는 이에 따라 본회의에 회부된 법안들을 오늘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에도 친노(친노무현)의 수장 격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어제 “새정치연합은 불임(不姙) 정당이자 정치자영업자들의 담합 정당”이라며 느닷없이 ‘네트워크형 생활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지난달 19일 세월호 유족 김영오 씨의 단식에 합류해 새정치연합을 장외투쟁으로 내몰았다. 정국의 난맥상이 풀릴 만하면 꼭 분란을 일으켰던 문 의원이 이번엔 또 어떤 발목잡기를 할지 걱정스럽다.
문 의원의 ‘네트워크당’ 주장은 ‘시민 참여’라는 명분 아래 외부 강경파들을 끌어들여 차기 당권과 대권을 차지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새정치연합은 더이상 친노 강경파들에게 끌려다닐 게 아니다. ‘대리기사 폭행사건’ 이후 국민의 시선이 더 차가워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의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지도력을 보여줄 시점이다.
정 의장은 새정치연합이 오늘 본회의를 거부하더라도 국회법에 따른 의무와 권한을 다해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이달 초 그가 ‘15일 법안 처리’를 밝혀 놓고도 야당이 반발하자 맥없이 물러섰던 전철을 되풀이한다면 ‘허수아비 의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여야가 조속히 국회에서 긴급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새정치연합에 최고의 ‘비상대책’이 될 터이고, 새누리당이 요즘 외치는 ‘보수 혁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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