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부르고 싶은 이름
가을은 또 다른 신의 이름
가을은 신이 가지고 온
마지막 선물 풀잎 끝에
오롯이 맺힌 이슬 속에서
누군가의 순수가 어린 그림자로
꿀벌처럼 가을을 빨아 먹고 있습니다.
곱게 물든 산새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여
온갖 형용사로 그림을 그리는 당신은
이 가을에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동해의 푸른 바다로 떠난
빨간 새들 갈매기와 노닐다가
역겨워 지친 날개를 퍼덕이며
가을 풍광에 서 있는 당신은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골짜기마다 산의 울음이 쏟아지는
맑은 물 시린 발 움켜쥐고
무심코 흘러가는 구름을 잡아
여기가 천국이라고 말하고픈 당신
그 이름을 부르고 싶습니다.
신이 가지고 온 마지막 선물
이 세상에 이것 하나밖에 없다고
하늘에다 지워지지 않는 일기를 쓰는
당신은 진정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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