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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병언 사인 미궁에 빠뜨린 경찰, 자격미달이다/ 중앙일보

鶴山 徐 仁 2014. 7. 26. 18:37

[사설]유병언 사인 미궁에 빠뜨린 경찰, 자격미달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4.07.26 00:28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25일 발표됐다. 일단 유전자·지문·치아 감식 결과 유씨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신이 심하게 부패돼 유씨의 사인은 미궁에 빠졌다. 유씨가 지난 5월 25일 순천 별장에서 도주해 어디에 있었는지, 언제 숨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사라졌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를 보니 시신 발견 후 경찰이 얼마나 초동 수사를 잘못했는지가 더 명백해졌다. 마치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현장 증거물도 보전하지 않고 허둥대는 경찰을 보는 것 같다. 그때보다 국과수의 과학수사 기법은 훨씬 발전했으나 현장 경찰관의 수사 능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과수는 시신이 유병언과 비슷한 키에 10개의 금니 등 치아 구조가 똑같고 왼쪽 손가락이 절단돼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시신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관찰했으면 금니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왼쪽 손가락 손상은 수배전단에도 나오는 특징인데 그냥 넘겨버렸다. 이런 단서가 많은데 왜 단순 행려병자로 판단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변사체 수사 과정은 더 한심하다. 경찰은 현장 주변의 물건들을 사진만 찍고 장례식장에 맡겨놨다고 한다. 유씨의 지팡이는 잃어버렸다. 경찰이 찾았다는 유씨의 안경도 매실밭 주인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뒤늦게 경찰관 181명과 탐지견까지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이미 경찰과 현상금 사냥꾼들이 샅샅이 뒤졌던 곳이다. 결정적 단서를 흘리고 다니면서 뭘 더 찾겠다는 것인지 쓴웃음만 나온다. 한마디로 자격 미달이다.

 경찰은 주변 CCTV나 경비시스템을 확인 중이라고 한다. 유씨가 도망간 지가 두 달 됐는데 그동안 주변 CCTV 화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러면서 전남경찰청 간부는 “발로 뛰는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과수가 아니라 미국 CSI를 붙여줘도 안 된다. 이제라도 현장 말단 경찰관까지 철저한 교육을 통해 상황 대응 매뉴얼이 몸에 익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능한 경찰로 인해 국민의 안전이 수시로 위협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