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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立法 마피아' 소굴 국회가 '관피아' 비난 자격 있나/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6. 16. 20:42

[사설] '立法 마피아' 소굴 국회가 '관피아' 비난 자격 있나

 

 

입력 : 2014.06.16 02:59

 
지난 3년간 퇴직한 4급 이상 국회 공무원 831명 가운데 214명이 현대차, SK에너지, 현대중공업, GS칼텍스, KT, 삼성화재해상보험 같은 대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20명은 공기업 등 국가기관에, 27명은 각종 재단과 협회에 자리를 얻었다. 자료를 공개한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국회가 개인정보보호법을 내세워 이름·직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의원 보좌관이고 전직 국회의원이 20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재취업 기관 가운데는 상임위 유관 기관이나 관련 이익단체도 있고, 세월호 참사에 연관된 한국선급·한국선주협회·인천항만공사 등에 간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입법권과 정부예산심의권, 국정조사·감사권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법률, 예산에 첨예한 이해가 걸린 공·사기업과 정부기관들로선 대(對)국회 로비스트 또는 정보 수집원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회 퇴직자들이 이 용도로 안성맞춤일 것이다. 전·현직 국회 공무원들이 유착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입법 활동을 왜곡시키면 국민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부정·비리가 일어날 소지까지 있다. 국회판 '관피아(관료+마피아)'인 이른바 '입법 마피아'의 적폐인 셈이다.

국회도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자체 규칙을 만들긴 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 심사와 허가를 받아 재취업하도록 하고, '퇴직 전 2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기업·단체에는 갈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산 총액 100억원 이상이면서 연간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기업을 재취업 금지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업무 연관성 판단 기간을 '퇴직 전 5년'으로 하고, '자본금 50억원 이상이면서 연간 매출액 15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행정부·대법원·헌법재판소 시행규칙과 비교하면 느슨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나마 이런 허울뿐인 심사도 지난 3년간 재취업자 422명 가운데 13명만 받았고, 탈락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국회가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관피아'를 욕하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지금 권력의 위세가 가장 큰 기관은 다름 아닌 국회라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국회가 지금처럼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만 비난한다면 국회 권력에 대한 심각한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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