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운동권 대학원생 시절 '極左 비판'에 입 닫았던 당선자
교육감 돼서도 北 인권에 눈감고 자기들만의 歷史觀 주입할 건가
保守와 공존 위해 진영 논리 벗고 평양 추종세력 淨化에 노력해야
- 류근일 언론인
이번 6·4 지방선거의 특징은 '전교조의 압승(壓勝)'이라고 할 수 있다. 17개 교육감 자리 중 13개를 '진보'가, 그중 8개를 전교조 출신들이 쥐었으니 말이다. '새누리당 선방(善防)'이 아니라 '좌(左)가 눈부시게 승리한 선거'였다.
그중의 대표격인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조희연은 "나를 뽑았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조희연은 누구인가? 그를 잘 아는 K교수는 필자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그는 유연하고 순탄한 사람. 이념적으론 NL(종북)이 아닌 PD(민중민주) 출신."
조희연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전국 각지의 좌파 교육감들이 장차 어떤 '문화 혁명'을 일으킬 것인지를 예단할 순 없다. 그러나 서울은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조희연은 1980년대 이래 그 서울의 변혁 운동에서 항상 앞장서 왔다. 그래서 조희연은 이 국면에서 중요한 샘플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1980년대 중반 어느 해 직장 근처 커피숍에서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던 사회학도 조희연을 만나본 적이 있다. 당시 학생운동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했더니 한 후배가 "이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하기에 마련된 자리였다. 이왕 운동권에 빠삭하다는 사람을 만난 김에 필자는 '의도된 결례(缺禮)'를 해 보기로 했다. "요즘 학생운동은 잘못 가고 있다"고 시비를 붙인 것이었다.
그때 필자의 질문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와 '극좌(極左)와는 다른 진보'의 흐름을 담아왔는데, 요즘 학생운동은 그 선(線)을 넘어 극좌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내부 논의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이게 무슨 소린가? 그런 비판을 공개적으로 하는 건 곤란하다는 투였다. 왜 그래선 안 되는가? 운동이 무슨 독재 권력, 신성불가침이라도 됐는가? 하긴 '계급해방'이니 '민족해방'이니 하는 극좌 담론 이외엔 일체 '금지곡'이라도 된 것 같던 것이 그 시절의 대학 풍경이었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그때의 주역들은 대한민국의 정계·사법부·언론계·문화계·학계에서 막강한 '대칭(對稱)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학원생 조희연 역시 수도 서울의 좌파 교육권력으로서, 이제는 거꾸로 필자를 향해 "요즘 늙은 언론인들은 잘못 가고 있다"고 질책하게 생겼다.
하지만 요즘 늙은 언론인들이 아무리 잘못 나간다 해도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만은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예컨대 "북한에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남쪽의 한다 하는 좌파 지식인·운동가·정치인들은 "그런 게 과연 있나?" 하고 시치미를 뗀다.
조희연과 함께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된 이재정은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장관으로 있을 때 "북한에서는 고문, 공개 처형, 여성 인권침해, 외국인 납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응수했다. "저 내용들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이재정의 이런 말을 조희연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재는 게 편이라고, 조희연이 만약 이재정의 말을 감쌀 양이면 그는 교육감 이전에 지식인조차 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이번에 집권한 좌파 교육권력이 앞으로 혁신학교라는 이름의 '전교조 공작소'에서 그들만의 역사교과서로 우리 청소년들을 이재정식 궤변에 전 좀비 병정으로 키우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파 교육권력이 한 축(軸)인 변혁 진영은 한국 사회를, 그렇게 '우려하는 쪽'과 '우려하게 만드는 쪽'의 두 부분으로 분단시키는 데 크게 성공했다.
그런데도 교수 조희연의 글은 이런 '남한 내부의 분단'을 놓고 오히려 우파를 향해 이렇게 요구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 우파 네티즌들의) 일탈에 대한 보수의 자정(自淨) 노력이 있어야 보수와 진보의 '공통 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필자도 교육감 조희연에게 이렇게 요구할 수 있다. "좌파야말로 평양 '봉건 전체주의'의 폭정(暴政)을 추종하는 일탈에 대한 자정 노력이 있어야 보수와 진보의 '공통 지점'이 존재할 수 있다"고.
조희연이 누구인가를 설명해준 K교수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가 유연하다 해도 결국은 진영 논리로 갈 것이다." 박원순·조희연·이재정 등이 몸담은 '이념 교회'의 구속력이 신흥 종교적 수준이라면 조희연 개인의 DNA가 아무리 연성(軟性)이라도 그 차별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비관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