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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향기] 박재희 원장의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鶴山 徐 仁 2014. 6. 9. 10:49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박재희

안녕하십니까? 박 재 희입니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란 말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자신은 남보다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 즉 별로 차이가 안 난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요, 부모가 되어서든, 직장 상사가 되어서든 이 정도면 나는 잘한다고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대체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왜 자식들이 내 마음을 안 알아주는 것일까?
세상에 나정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사람들은 나를 멀리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맹자>의 오십보백보이론을 들어보아야 합니다.

맹자가 살던 시대에 양혜왕(梁惠王)이란 지도자가 똑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백성들에게 정치를 하고 있소. 하내(河內) 지방에 흉년이 들면 젊은 사람은 하동(河東)지방으로 옮겨 살게 하고, 거동 못하는 늙은이와 아이들을 위해서는 하동에서 곡식을 가져다가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하동에 기근이 들어도 또한 그렇게 하고 있다오.

그러나 이웃나라 지도자가 정치하는 것을 살펴보니 나 같이 백성들에게 마음을 쓰는 자가 없는 것 같소.
그런데 도대체 이웃 나라의 백성들은 줄어들지 않고, 우리나라 백성들 또한 많아지지 않는 것은 어찌 된 일입니까?”
양혜왕이 맹자에게 자문을 구한 내용입니다. 세금을 내고 부역을 담당하던 백성의 숫자가 국력이었던 시절, 양혜왕은 어째서 백성들이 자신의 나라로 몰려들지 않는지를 물었던 것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왜 민심이 자기에게 쏠리지 않는지를 궁금해 했던 것인데요,
최선을 다해서 백성들을 위하여 정치를 하는데 왜 백성들이 나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느냐는 왕의 질문에 맹자는 오십보백보 이론으로 대답합니다. "왕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에 비유해서 말씀드리지요.

전쟁터에서 한창 접전일 때 두 병사가 갑옷을 버리고 무기를 질질 끌고 도망쳤습니다.
어떤 병사는 백 보를 도망가서 멈추고(或百步而後止) 어떤 병사는 오십 보를 도망가서 멈추었습니다(或五十步而後止). 그때 오십 보를 도망친 병사가 백 보를 도망친 병사를 보며 비웃고 나무랐다면 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쟁터에서 오십 보를 도망 간 것이든 백보를 도망간 것이든 도망간 거리만 다를 뿐이지 도망간 것은 똑같다는 이치를 아신다면 민심이 당신에게 몰리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왕의 정치나 이웃 나라 왕의 정치나 五十步百步(오십보백보)입니다.”

오십 보 도망 가놓고 백보 도망간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세상엔 많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남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보다 과대 포장하고 헐뜯는 것이 생존 무기가 되어 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무작정 다른 사람을 향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그런 문제점이 없는가를 돌아봐야 합니다.

논어에서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비교하면서 군자는 모든 책임을 질 줄 알며, 자신에게 먼저 잘못을 묻는 사람이라 하고 있습니다. 즉 남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잘못을 먼저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전쟁터에서 오십 보 도망간 병사가 백보 도망간 병사를 보고 웃었다는 맹자의 오십보백보 이야기가 오늘날 낮선 이야기 같지가 않습니다.

박 재 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