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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박' 한 켠에선… 잠 못 이루는 방산업체들/ 프리미엄조선

鶴山 徐 仁 2014. 3. 2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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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박' 한 켠에선… 잠 못 이루는 방산업체들

입력 : 2014.03.22 07:34

 

100원 만들면 수출은 10원 뿐
우리 軍 맞춤형으로만 제작… 국내물량 끝나면 팔 데 없어
공장가동률도 59%에 그쳐



그저 국방비만 바라보다가…
통일되면 국방비 감소
현재와 같이 안주한다면… 문 닫는 업체들 속출할 듯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야
이스라엘, 처음 개발 때부터
해외 겨냥해 수출이 75%…
한국, 가격경쟁력 등 키워야

장갑차·대공무기 전문업체인 두산DST는 3~4년 전만 해도 '잘나가는' 회사였다. 국내 방산업계 5위권으로 한때 연매출이 1조원에 육박했고, 내놓는 제품들은 군의 주축(主軸) 무기로 자리 잡았다. 적 전차는 물론 헬기까지 파괴하는 세계 최정상급 보병전투장갑차 K-21, 사정거리 10㎞의 첫 국산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천마', 분당 1200발을 쏘는 자주대공포 '비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천마 사업 등의 종료와 K-21 보병전투장갑차 일부 물량의 납품 연기가 겹치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다. 작년 매출은 2년 전의 60%로 급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오직 대한민국과 한국군을 바라보며 무기를 만들었다"며 "당혹스러운 건 국내 물량을 다 대고 나니 더 이상 무기를 팔 데가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성장의 한계를 만난 두산DST 사례는 국내 방산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자화상(自畵像)'이다. 문제는 방산업계가 마주칠 난관이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방예산 따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다 통일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경우 국방비가 감축될 가능성이 높아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10위권 방산업체 임원은 "요즘 '통일이 대박'이란 말이 유행인데, 정말 통일이 됐을 때 경쟁력 없는 방산업체 중에서 상당수가 '쪽박'을 차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대박론을 계기로 그동안 쌓여왔던 방산업계의 고질적 문제들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주요 국가별 방위산업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
◇방산업계 "겨우 연명하는 업체 수두룩"

방산업계에서 '쪽박'이라는 자조(自嘲)적 표현이 나오는 이유는 열악한 경영 환경 때문이다. "겨우 연명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2012년 기준 국내 방산업계 평균 가동률은 59.0%로 나타났다"며 "전체 제조업 평균 78.1%에 비해 19.1%포인트나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가동률은 2009년 이후 3년 연속 내리막이다. 방산업계 당기순이익률도 2.5%로 전체 제조업의 4.1%와 비교가 안 된다.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존재감도 떨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방위산업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0.76%에서 2010년 0.69%, 2012년 0.61%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윤영선 숭실대 융합연구원장은 "국내 민수산업과 방위산업은 똑같이 1970년대에 발전을 시작했는데, 민수 쪽에선 세계 일류 기업·제품이 나왔지만 방산 쪽은 아직도 경쟁력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의 '곳간' 역할을 하는 국방비가 복지·경제 등 현안에 밀려 감축 타깃이 되는 일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남북 분단이란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OECD 회원국의 2010~2012년 GDP 대비 평균 복지예산 비중은 22%로 2007년의 19.2%에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2012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총액은 1조7560억달러로 전년보다 0.4% 줄었다(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발표도 있었다. 이런 군사비 감소는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미국 국방비 지출은 전년보다 5.6%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 체제가 시작된다면 군사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냉전 이후 미국과 독일이 그랬다. 미국 군사비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1989년 5518억4000만달러에서 5년 만에 4352억7300만달러가 됐다. 병력도 224만명(1989년)에서 137만명(2000년)으로 급감했다. 분단국 독일의 군병력은 1989년 동·서독을 합쳐 56만5000명에서 2000년엔 31만9000명이 됐고, 군사비는 718억4100만달러(1990년)에서 503억7800만달러(1997년)로 줄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통일이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되면 방위비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때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방산업계가 지금 당장 치밀한 전략을 짜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

국내 방산업체 3위인 LIG넥스원은 2012년 매출이 952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해 해외로 수출한 금액은 단 101억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했다. 이런 초라한 수치는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성적표'이다. 삼성테크윈과 한국항공우주산업, 풍산, 대우조선해양 등 몇몇 업체만 눈에 띄는 수출 실적을 올릴 뿐이다. 수출 상위 4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방산업계 전체의 약 80%에 달한다.

그나마 희망적인 점은 방산 수출액(통관 기준)이 2008년 4300억원, 2010년 7600억원, 2012년 1조1000억원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SIPRI도 2013년 군비연감에서 한국을 '떠오르는(emerging)' 무기 공급 국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의 해외 수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2012년 국내 방산업계 전체 생산액이 10조9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수출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은 "국내 방산업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땐 아직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방위산업을 전략적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 이스라엘은 수출 비중이 무려 75%에 달했다. 프랑스는 2008~2012년 5년 동안 자국 방산업체 평균 매출의 31%를 해외에서 올렸다. 독일도 2011년 해외 수출 비중이 48.1%에 달했다. 미국과 영국도 수출 비중이 20%를 넘는다.

국산 무기는 아직 국제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가격 경쟁력은 82%, 기업 경쟁력은 77%에 머물고 있다.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는 인력도 거의 없다. 국내 314개 업체에서 일하는 해외 마케팅 직원은 모두 286명이다. 이 중 항공 분야 163명을 빼면 나머지 전체 방산 분야의 해외 마케팅 인력은 123명에 불과했다.

◇해외 수출만이 살길

군용 케이블 전문 업체인 연합정밀의 작년 방산 분야 매출은 700억원. 이 중 100억원이 해외에서 이뤄졌다. 직원 380여명이 계속 일을 하려면 국내 일감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용수 사장은 "해외시장을 뚫느냐 못 뚫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바뀌는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방산업체 간 경쟁은 국제시장에서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방비 삭감 등으로 국내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 세계적인 방산업체들도 이미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잉은 2004년 7%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을 2012년 24%까지 끌어올렸고, 레이시온도 해외 매출 비중이 26%를 기록, 10년 만에 10%포인트를 끌어올렸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전체 매출 470억달러 중 17%를 해외에서 기록했고, 20%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미국의 국방예산이 축소되자 방산업체들이 해외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윤영선 교수는 "이스라엘처럼 아예 무기를 처음 개발할 때부터 수출 전략을 마련하도록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급만을 고집하는 국산과는 달리 수출용 무기는 기능을 단순화하는 대신 가격대를 낮추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예비역 준장)은 "동남아·아프리카·남미 등에선 한국 제품은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 '방산 한류'를 일으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일현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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