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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예산 국회, 3인의 방해자/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1. 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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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예산 국회, 3인의 방해자

  • 정녹용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jny@chosun.com
    1999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
    입력 : 2014.01.0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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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외촉법’ 상정 거부로 예산안 처리 새벽까지 지연
    최재천 정청래, 무리한 ‘쪽지 예산’ 의혹제기로 파행

    2014년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1일 새벽 5시15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해를 넘긴 것입니다. 가까스로 준예산(準豫算) 편성은 면했지만 여야 충돌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건 우리 국회의 고질병이 됐습니다.

    특히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눈에 띄는 세 가지 논란의 장면이 있었습니다.

    먼저 ‘쪽지 예산’ 논란입니다. 민주당의 최재천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각각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광림 의원의 쪽지 예산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쪽지 예산이란 여야의 실세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예산 심사 막바지에 쪽지로 전달해 슬쩍 끼워 넣는 것을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의혹 제기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제기가 ‘헛발질’이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이 의혹 제기로 본회의가 3시간40여분 동안 정회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최재천의 ‘최경환 쪽지예산’ 의혹제기,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새해 예산안이 우여곡절끝에 통과된 직후인 1일 새벽 5시30분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오릅니다. 의사진행발언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 의원은 민주당 예결위 간사입니다. 아래 사진은 최 의원이 발언하는 장면입니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뉴스1
                     최재천 민주당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뉴스1
    최 의원은 발언에서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의 예산 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최 의원의 주장 요지는 이랬습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에 대한 설계비 50억원을 예산에 새로 넣겠다는 요청이 와서 담당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문의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 국회에서 신규사업으로 새 비목(費目)을 설치하려면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의도 얻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들어있는 것을 봤다. 새누리당이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한다.”

    그는 또 “국가재정법 위반에 대해 분명한 응답이 있기를 바란다. 이런 불법이 있어선 안된다”고 했습니다. 최 의원이 언급한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대구 안심역―경산 하양역까지 8.77㎞)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의 숙원사업입니다. 최 의원이 최경환 원내대표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최경환 쪽지 예산’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최 의원 발언이 나오자 순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예산 반영 취소하라” “기재부장관 사퇴하세요” 등의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습니다.

    이에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이 발언대에 나가 반박을 합니다. 김 의원은 “기존 계속사업 예산인 80억원에 50억원의 재원을 보탠 것으로 신규 사업 비목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신규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 동의 없이 증액이 가능하고, 따라서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도둑질 하지마” 등의 고함이 나왔습니다. 소란이 계속되자 강창희 국회의장은 결국 정회를 선언합니다. 새벽 5시 51분쯤이었습니다.

    정회 이후 새누리당은 최 의원의 주장을 다시한번 확인해보고 추가로 반박을 합니다. 확인 결과 증액된 사업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2009년부터 진행돼 온 다른 쪽 노선 연장을 위한 계속 사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최 원내대표의 지역구 예산인) ‘대구지하철 하양 연장사업’은 국토교통위의 동의를 못 받아 2014년 예산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논란이 된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은 해당 사업과 완전 별개”라고 했습니다. 최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50억원은 최 원내대표 지역구 관련 예산이 아니라 다른 사업 예산이었던 겁니다.

    최 원내대표는 이 논란에 대해 나중에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비슷한 이름으로 2009년부터 진행돼오던 사업에 50억 원이 배정된 것이다. 내 지역구와 관련된 신규 사업은 깨끗하게 포기했다. 천신만고 끝에 예산을 처리한 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최재천 의원(서울 성동 갑)은 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진수희 전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고, 2012년 총선에서 당선돼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정청래의 ‘김광림 쪽지예산’ 의혹제기도 사실 아냐

     


    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에 대한 쪽지 예산 의혹을 제기합니다. 아래 사진은 그 장면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장에서 쪽지예산 의혹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뉴시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장에서 쪽지예산 의혹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뉴시스
    정 의원은 최 의원의 본회의 발언이 진행되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김 의원 쪽지 예산 의혹을 제기합니다. 정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안동에 녹색 산림 휴양공간 조성 사업 명목으로 1457억원의 예산을 증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 무근이었습니다. 산림청 소관인 해당 예산은 안동 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친 사업 예산이었습니다. 이 중 안동 관련 예산은 3억원이었습니다. 그것도 안동 관련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서는 30억원이었다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27억원이 삭감돼 3억원밖에 남지 않게 된 것입니다.

    정 의원은 나중에 “자료를 잘못 봤다”며 김 의원을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마포을에서 재선을 한 정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노(親盧) 강경파 의원입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그는 지난해 국정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설’을 새누리당과 상의 없이 최초로 언론에 브리핑을 해 논란을 부른 바 있습니다.
    2012년 12월 대선 과정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TV토론장에 아이패드를 갖고 들어갔다는 이른바 ‘박근혜 아이패드 커닝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사과한 적도 있습니다.

    쪽지 예산 논란으로 정회됐던 본회의는 1일 오전 9시30분쯤 속개됩니다. 정확하지 않은 의혹 제기로 인한 논란 때문에 새해 벽두부터 국회가 파행되면서 4시간여를 허비한 셈입니다.

     



    박영선의 외촉법 법사위 상정 거부, 본회의 새벽 3시50분에야 개의

     

    또 하나의 논란 대상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입니다. 법사위원장인 박 의원이 여야간 쟁점 법안이었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상당 시간 지연됐기 때문입니다.

    외촉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해야 한다는 현행 규정을 외국인투자자와 함께 공동출자해 설립하는 증손회사의 경우에는 주식 50% 소유로 완화해주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국내투자 활성화와 해외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법의 통과를 아주 강조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 법이 “재벌에 대한 특혜”라며 강력 반대했습니다. 3선의 박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재벌에 대한 비판 의식도 강합니다. 민주당 내에는 박 의원 외에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야 논의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있었지요. 31일 내내 여야가 논의했지만 쉽게 합의가 안됐습니다. 결국 저녁 늦게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대표는 “나에게 맡겨달라”고까지 했습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이후에도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박 의원 ‘몽니’ 때문에 다른 의원 299명 볼모잡혀”

     


    그럼에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외촉법은 일부 수정을 거쳐 31일 밤 11시30분을 넘겨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자정을 넘겨 소집된 법사위에서 또 한번 벽에 부딪혔습니다. 법사위원장인 박 의원은 외촉법 상정을 할 수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일 새벽 법사위 회의장에서 사회권을 이춘석 민주당 의원(오른쪽)에게 넘기고 나가는 장면./뉴스1
              박영선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일 새벽 법사위 회의장에서 사회권을 이춘석 민주당 의원(오른쪽)에게 넘기고 나가는 장면./뉴스1

     

    새누리당은 “박 의원이 ‘몽니’를 부린다. 무소불위의 월권을 행사한다”는 등으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박 의원 한명 때문에 다른 의원 299명이 볼모로 잡혔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도리가 없었습니다. 여야는 또 협상을 해야 했습니다. 결국 여야 법사위원간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2월 임시국회 합의처리’라는 합의문이 만들어진 뒤에야 외촉법은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박 의원은 끝내 자기 손으로 외촉법을 상정할 수 없다며 사회권을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이춘석 의원에게 넘겼습니다. 위 사진은 박 의원이 이 의원에게 사회권을 넘겨주고 나가는 모습입니다. 외촉법은 1일 새벽 3시35분쯤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새벽 3시50분이 돼서야 열렸습니다. 예산안은 5시15분쯤 처리됐고, 외촉법은 ‘쪽지 예산’ 논란으로 정회 소동을 치른 뒤 오전 10시쯤에야 통과됐습니다. 전쟁 같았던 연말 예산 국회는 새해 첫 해가 훤하게 떠오른지 한참 된 10시30분쯤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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