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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특집] 말 크림(말 기름으로 만든 수분크림)까지 등장… 말 산업, 경제 다크호스로/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1. 1. 13:31

[2014 신년특집] 말 크림(말 기름으로 만든 수분크림)까지 등장… 말 산업, 경제 다크호스로

  • 양평(경기)=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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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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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31 22:31

    [경마가 다가 아니다… 승마·농장·식당·화장품까지 3兆 넘어 질주]

    소득 2만달러 시대엔 골프, 3만달러 시대엔 승마 즐겨… 승마인구 2년만에 78% 늘어

    말 농장, 축산업계 벤처 산업… 소 대신 말 키워서 파는 시대
    馬油화장품까지 인기 몰이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경기 양평의 미리내 승마클럽에 20~50대 직장인 4명이 마침 내린 폭설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들었다. 경기 이천의 한 로펌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는 김민자(여·51)씨는 퇴근과 동시에 자동차로 1시간 10분을 달려 승마장에 도착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직원이라는 백모(39)씨도 "'칼퇴근'을 하고 왔다"며 급히 승마용 부츠로 갈아신었다. 이들은 1~2년 전부터 일주일에 2번씩 이곳을 찾아 야간 승마를 즐기는 직장인이다. 백씨는 "스키, 골프 모두 해봤지만 요즘에는 승마에 푹 빠져있다"며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즐기는 스포츠여서 더 박진감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말 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승마장과 승마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말 사육 농가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이천시 죽당리 성수목장에서 경주마로 크고 있는 말들이 눈 덮인 대지를 박차며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이천시 죽당리 성수목장에서 경주마로 크고 있는 말들이 눈 덮인 대지를 박차며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2014년 새해는 말의 해이다. 2011년 말산업육성법 시행으로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한 국내 말 산업이 올해는 이 경주마들처럼 한껏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성형주 기자
    말 산업이란 경마(競馬), 말 사육, 승마장, 말고기 식당까지 말로부터 파생되는 20개 이상 업종을 뜻하는 말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3조3400억원대(2012년 기준)로 추정된다. 아직은 경마 분야가 전체 말 산업의 81.2%(2조7100억원대)를 차지하고 있지만, 3~4년 전부터 경마 이외의 다른 분야도 급성장하고 있다. 건국대 정승헌 교수(동물생명과학부)는 "흔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골프가 대중화되고, 3만달러 시대에는 승마가 대중화된다"며 "일본에서도 골프가 시들해지자 동호회·승마클럽을 중심으로 승마가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국내 승마 인구 4만5000여명 시대

    한국갤럽에 따르면 승마 인구는 지난 2010년 2만5380명에서 2012년 4만5265명으로 2년 새 78%가량이 늘었다. 승마장도 많이 생겼다. 2010년에 193개였던 전국의 승마장은 2012년 10월 기준으로 366개로 증가했다. 경기도가 86개로 가장 많고, 경북(59개), 제주도(48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화그룹이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경기 일산의 로열새들러 승마장은 2011년 이전만 해도 매년 이용객이 3000~5000명 정도였지만 2012년부터 이용자가 급증해 작년 1만5000여명이 찾았다.

    말 산업은 지난 2011년 말산업육성법(法)이 시행되고 2012년 말 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이 나오면서 활성화의 계기를 맞았다. 3마리 이상 말을 보유한 농어촌 지역 농가가 500㎡ 이상 시설과 전문 인력(체육지도자 등)만 갖추면 누구나 승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승마장 설립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땅값을 빼고 2억~3억원을 투자하면 승마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에 승마장이 크게 증가했다. 승마장이 늘면서 유소년 승마캠프, 장애인 재활 승마 등을 통해 말을 탈 기회도 늘어났다.

    하지만 승마를 즐기는 가격은 1회에 6만~12만원 사이로 싼 편은 아니다. 마사회에서는 2009년부터 1~2회 가격으로 8~10회를 이용할 수 있는 '전 국민 말사랑 운동'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가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축산계의 벤처 '말 사육 농장'

    
	증가하고 있는 국내 말 농가와 말. 최근 급증한 승마장과 승마 인구.
    말 사육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 이천시 죽당리 성수목장. 내년 3월 출산을 앞둔 씨암말 엠마리아(15)와 후시스(12)가 마방(165㎡·50평)에서 함박눈을 피해 쉬고 있었다. 약 20만㎡(6만평) 규모인 이 목장에는 씨수말 2마리와 씨암말 22마리, 0~2세 어린 경주마 20여마리가 살고 있다. 모두 '서러브레드(thoroughbred)'라는 품종으로 세 살이 되면 3~4년간 경주마로 뛰면서 상금을 벌게 된다.

    15년간 낙농업을 했던 목장주 이종욱(57)씨는 2000년부터 말 사육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이 개방되면 젖소 키워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말 사육에 도전했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경주마 200여마리를 키워, 이 중 80여마리를 마리당 평균 5000만~6000만원에 팔았다.

    인천 남동구 장수동 목장에서 말 18마리를 키우는 가유현(34)씨는 "초기 투자비용과 매달 직원 인건비, 사료비를 따지면 아직은 적자가 나는 달이 많지만, 목장과 함께 운영하는 승마장 회원이 늘면서 벌이가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말 사육 농가는 2005년 965곳(2만487마리)에서 2012년 1912곳(2만9698마리)로 늘어났다.

    농장에서 키워낸 경주마의 경매가는 혈통과 체형, 출신 농장 명성에 따라 500만원부터 2억9000만원(2013년 3월 금아피닉스)까지 천차만별이다. 경주마 1마리를 키워내는 데는 평균 2000만원가량이 들지만,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고급 사료와 비싼 훈련비를 투입하기도 한다. 그래서 경주마 사육은 '축산계의 벤처'로도 불린다. 은퇴하는 경주마들은 약 300만~1000만원 가격에 승마용으로 팔린다.

    말고기, 馬油 화장품 걸음마 단계

    말고기 식당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전국에는 말고기 전문 식당이 41곳 있다. 경주마로 선발되지 못하는 제주도산 말이나 퇴역한 경주마를 식용으로 이용한다. 2세 제주마를 약 6개월간 살을 찌워 도축하는 경우가 많다. 말기름 등 말 부산물을 이용하는 산업도 제주도에서 걸음마를 떼고 있다. 이계승 농업법인 제주마산업 기술이사는 "말기름을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말가죽을 재료로 만든 가방 등이 해외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일본산과 국내산 마유(馬油)크림이 '수분폭탄크림'이라는 별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윤홍근(59) 말 산업 중앙회 회장(제너시스BBQ 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말 산업하면 경마를 떠올리고 있다"며 "경주마·승용마의 사육·훈련, 말을 이용한 재활치료, 경마·승마 방송과 온라인 경마 정보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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