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주당 舊강령 (2011년 12월16일~2013년 5월3일)
<우리는 항일독립운동의 애국애족정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의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자유·평등·인권·민주의 정신,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실현한 노동 존중과 연대의 가치, 국민의 정부·참여정부가 이룩한 정치·사회·경제 개혁 및 남북 화해협력의 성과,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한다> (민주당 舊강령 전문)
민주당이 舊강령에서 계승한 가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과 과거 민주화운동 및 2008년 촛불집회로 요약된다. 민주당이 계승한 이른바 2008년 촛불집회는 從北·左派단체가 주도했고, 100일 넘게 진행된 폭력·난동의 깽판, 法治(법치)파괴의 상징이었다.
여기에는 “시민주권의식이나 정의에 대한 열망” 대신,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위험물질로 둔갑시킨 언론의 거짓과 선동, 대중의 무지가 있었을 뿐이다.
舊강령의 더 심각한 문제는 臨時政府(임시정부)의 건국정신을 잇는다고 할 뿐 정작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는 점이다. 1919년 4월13일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을 건국으로 보는 민주당의 강령은 左派的 역사관에 기초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1948년 반공-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출발했다. 건국을 주도했던 인사들 중에는 독립운동가도 있었지만, 일제치하에서 교육을 받고 美 군정 하에서 성장한 엘리트들도 있었다. 이들이 親日-親美적인 성향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엘리트는 전문 지식을 가진 관료, 군인, 기업가, 교육자, 기술자, 종교인, 예술인들로 신생국가의 기틀을 잡는데 꼭 필요한 인재들이었다.
반면 임시정부는 독립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左右합작 정부였다. 건국 초기 반공법(국보법)을 제정한 대한민국의 성격과 많이 달랐다. 임시정부 요인들은 美 군정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정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참여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1948년 대한민국 制憲(제헌)헌법 전문에는 임시정부가 빠져 있었다. 대신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는 표현을 사용, 대한민국의 연원이 임시정부가 아닌 3.1운동에 있음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후 제5차, 제7차, 제8차 개헌에서도 임시정부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임시정부가 헌법에 들어간 것은 1987년 10월 제9차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을 때다.
이 같은 이유로 이주영 건국대 사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保守성향 역사학자들은 “임시정부의 헌법과 제헌헌법을 비롯한 오늘날의 헌법 사이에 법적 연관성은 사실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北核 폐기 언급 없이 한반도 非核化 주장
舊강령의 對北·외교·안보정책은 더 섬뜩하다. 민주당은 舊강령에서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이 수용된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계승한다(강령 5조)”고 밝힌 뒤, “한반도 비핵화를 확고히 하는 외교안보정책을 추구한다(강령 22조)”고 명시했다.
舊강령에서 ‘북한의 핵폐기’ 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 북한과 남한 내 從北·左派세력 주장에 따르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앞서 남한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는 개념이다.
민주당은 舊강령에서 군대와 관련, “대체복무제도 확대 등 병역제도를 개선한다. 국방개혁을 실시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한다”고 하여 국민 皆兵制(개병제) 원칙의 改廢(개폐)와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이라는 이름의 韓美연합사 해체를 지지했다.
민주당은 또 “우리는 지속가능성과 인류평화라는 관점에서 原電(원전)을 전면 재검토한다. 태양광 에너지, 風力(풍력), 潮力(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노력하며, 지구적 차원의 환경보전에 앞장선다(강령 17조)”고 하여 사실상 원자력 발전 폐기를 주장했다.
자원 전쟁시대에 대한민국을 버텨 줄 에너지는 현재로선 원자력뿐이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 비율은 35.7%이며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原電(원전)을 수출한 나라지만 프랑스의 원자력발전 비율 78%에는 못 미친다. 원자력은 경제적이고 親환경적이다. 우라늄 1g이 완전히 핵분열했을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탄 3톤, 석유 9드럼이 탈 때 나오는 에너지와 같다. 발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도 가장 유리하다. 火力(화력)발전은 원자력발전보다 40~100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입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原電(원전)에는 반대하면서 정작 민족공멸의 북한 핵개발엔 침묵한다.
1%는 국민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체제이다. 따라서 특정계층·특정계급이 지배하는 계급정당을 허용하지 않는다. 소수자·약자가 지배하는 사회주의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소수자·약자를 착취하는 소위 특권층을 적으로 만들어 공격하고, 숙청하고 심지어 학살하는 증오·미움·분노의 시스템으로 귀결됐다.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에서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권력의 원천은 ‘100% 국민’이지 착취당한다는 소위 99% ‘假想(가상)의’ 국민이 아니다. 민주당은 舊강령 前文(전문)에서 “우리는 서민․노동자․농어민․중산층을 포함한 99% 국민을 위한 정당을 지향하면서”라고 하여,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당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국민이 아닌 1%는 누구인가? 민주당이 집권하면 서민·노동자·농어민·중산층을 착취하는 ‘1%’로 낙인찍히면 국민의 자격이 박탈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섬뜩한 규정이다. 북한 역시 헌법 제4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농민·군인·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규정, ‘노동자·농민·군인·근로인테리’가 아닌 소위 계급은 主權(주권)을 박탈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主權 없는 가련한 자들을 죽이는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이다. 민주당은 인간 생지옥 북한의 노동당 헌법을 따라가려 했나?
무상의료·무상교육 선동
민주당은 이른바 “서민․노동자․농어민․중산층” 보호를 역설하지만 복지는 이들에 대한 選別的(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전체 국민에 대한 획일적 복지를 주장한다.
민주당은 舊강령 前文에서 “모든 국민에게 출산․보육․교육․의료․주거․장애․노후 등과 관련한 사회보장을 제도화하는 보편적 복지를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건설한다”고 밝힌 뒤, 4조에서 “우리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며”라고 재확인했다.
선별적 복지가 아닌 획일적 복지는 사회주의 국가가 지향하는 무상의료·무상교육 등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실질적 무상의료 달성”(舊강령 12조), “출산지원과 무상보육, 아동수당 제도를 법제화”(舊강령 7조) 등 공짜시스템 도입을 명문화 했다.
무상의료·무상교육 등 획일적 복지를 하려면 대규모 財源(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돈 버는 방법은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민국 성장의 기반인 개방과 무역 대신 “한미FTA, 농수축산물 수입문제 등은...(중략) 정책을 재정립한다”(강령 18조), “우리는 한미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을 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강령 22조) 등 평소 민주당이 주장해 온 ‘한미FTA 폐기’를 舊강령에 삽입했다.
2. 민주당 新강령 (2013년 5월4일~현재)
민주당은 2013년 5월4일 개정된 新강령에서 舊강령에서 논란이 됐던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한다”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민주정부 10년의 정치, 경제, 사회 개혁과 남북평화 및 화해-협력의 성과를 계승하되 반성과 성찰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로 前文(전문)을 수정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1948년 대한민국 건국정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임시정부의 건국정신을... 계승한다”면서 舊강령의 내용을 그대로 계승했다. 1919년 4월13일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을 건국으로 보는 민주당의 역사관이 新강령에서도 수정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新강령 전문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성장과 경쟁 지상주의, 무분별한 개발과 개방 만능주의에 기반을 둔 체제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와 특권-기득권 강화, 환경파괴라는 대재앙을 가져왔다”고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UN통계에 따르면 5.16군사혁명이 있었던 1960년 이후 김영삼 정부 초기인 1995년까지 36년간 대한민국의 평균경제성장률은 7.1%로서 세계 174개국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7.1%의 평균경제성장률은 2위인 싱가포르의 6.4%, 3위인 지중해 사이프러스의 6.2%, 4위 인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6.1%는 물론 동아시아의 홍콩(5.8%), 중국(5.5%), 태국(5.3%), 일본(4.9%), 말레이시아(4.3%)를 월등히 앞서는 수치이다.
대한민국의 평균경제성장률은 2차 대전 이후 歐美(구미)의 신흥공업국으로 불리는 포르투갈(3.8%), 그리스(3.4%), 브라질(2.6%), 멕시코(1.5%), 아르헨티나(1.0%)도 큰 차이로 앞지르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7.1% 성장은 아제르바이잔(-14.8%), 타지키스탄 (-11.8%), 우크라이나(-8.6%), 카자흐스탄(-7.8%) 등 40여 개국이 -성장을 하는 기간 동안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 주고 있다(인용: 김광동,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성공한 대한민국>, 2008년, 자유기업원).
대한민국의 성공은 경제성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그 외의 영역에선 성과가 없다는 좌파진영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같은 기간 ‘삶의 질’을 가장 크게 향상시킨 나라로 꼽히고 있다.
UNDP(유엔개발기구)에서 발간하는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ment Report)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높은 상위 60개국 가운데 대한민국(30위)을 1960년~1995년 사이 HDI지수를 크게 향상시킨 세계 2위 국가로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같은 기간 HDI지수를 크게 향상시킨 세계 1위 국가로 말레이시아를, 3위 태국, 4위 포르투갈, 5위를 브라질로 각각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1995년을 기준으로 이들 국가의 HDI절대치는 모두 우리보다 낮아, 상위 30개국 가운데 HDI지수를 가장 크게 향상시킨 나라는 대한민국으로 나타나고 있다. HDI지수는 각국의 교육수준, 국민소득, 평균수명, 영아사망률,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이러한 통계치는 대한민국이 반세기 근대화 기간 동안 ‘삶의 질’도 비약적으로 계발시켰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21세기 들어서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2013년 판 <인간개발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HDI(12위)는 0.909(1에 가까울수록 ‘삶의 질’이 높음)로, 상대적으로 ‘삶의 질’이 높은 북유럽 국가(덴마크 15위, 벨기에 17위, 핀란드 21위) 보다 높았다. UNDP는 또 대한민국이 1990년~2012년 기간 동안 HDI가 가장 빠르게 상승한 국가라고 밝혔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대립 속에서 분배 쪽으로 기울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지난 20세기 대한민국은 성장은 물론 분배도 성공적이었다는 국제기구의 분석도 있다.
세계은행이 1995년 발간한
이 자료에 따르면 대만, 싱가포르 등은 빈부격차에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제성장률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로 나타나며, 보츠와나·가봉 등은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한국에 비해 극도의 빈부격차가 벌어진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당은 新강령(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와 더불어 舊강령에서 제시됐던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 등 남북한 기존합의를 존중하고 계승한다”는 내용,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문구를 새롭게 넣었다.
주지하다시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이 수용된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앞서 남한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는 개념이다.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한반도 비핵화 주장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는 ‘평화협정’을 북한과 미국이 체결한 뒤, 북한과 남한 내 反美左派 세력이 주도하는 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이루겠다는 발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일례로 美국방대학원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 스티브 플래너건 소장은 2005년 10월4일 국방대가 주최한 국제안보학술회의에서 “북한의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한미동맹 파기라는 북한의 장기적 전략목표 구현을 위한 전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플레너건 소장은 “북한은 아직까지 스스로 지켜낸 약속이 없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을 현재 신뢰할 수 없는 협상대상자로 보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韓美동맹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시각이 대두되면, 장차 동북아 안정에 핵심적 지위를 담당하는 韓美동맹의 역할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었다.
“北주민의 민생-인권에 대한 관심 갖고 노력”
민주당의 新강령에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북한인권 및 통일문제에 대해 新강령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 주민의 민생,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추구하며, 국제사회의 협력과 국민 합의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인도적 (대북) 지원과 남북 화해협력을 토대로”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외에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핵심정책으로 평가됐던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이 핵심 정강정책에서 사라졌다. 대신에 ‘보편적 복지를 통한 복지국가의 완성추구’,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및 의무의료 실현’,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주거’ 등으로 내용이 대체됐다.
민주당 강령-정책분과위원회가 2013년 4월22일 주최한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동철(민주당) 의원은 “중도란 어정쩡한 사람들이 아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사회경제적인 사안엔 진보적이고, 국가안보에는 보수적인 자세를 많이 취한다”며 “그런 이들을 중도로 본다면 우리가 적극 껴안아야 할 계층”이라고 지적했다.
金 의원은 “(이렇게 말하면) 지금까지 黨 일부에선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진보를 강화해야지’하는 분이 많았다”며 “그런 진영논리와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金 의원과 함께 패널로 참석했던 고려대 김윤태 교수도 “오른쪽으로 가느냐, 왼쪽으로 가느냐의 논쟁은 민주당엔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은 양자택일할 때가 아니라 둘 다 잡아야 한다”며 “이번에 안보나 북한 인권을 강조한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무상복지를 언급한 것은 치명적 실수였다. 복지가 마치 하늘에서 산타클로스가 내려오는 것으로 오해를 사기 쉬웠다”고 지적했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2013년 6월13일자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