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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향신문은 여성탈북자에 '첫 남자 누구냐' 신문한 국정원이라는 제목의 단독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한국에 온 탈북여성이 입국 직후 국가정보원이 주도하는 정부합동심문센터 조사를 받으면서 성적 수치심, 구타 등 인권침해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또 탈북자의 43%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뉴포커스는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탈북자라면 누구나 다 거쳐야하는 국정원생활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남한 입국 기간이 다른 세 명의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2008년 입국한 A씨(35세), 2011년 입국한 B씨(32세), 2013년 입국한 C씨(38세)와의 대화에서 솔직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 국정원이 어떤 곳인지 북한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A: 국정원이란 말은 남한으로 오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북한에서 살 때는 안기부라고 알고 있었다. 북한주민이 알기로는 안기부에는 남산지하실이 있고 그곳에 끌려가면 죽어야 나온다. 그 지하실에서는 혹독한 고문도 하는데 죽은 사람도 말을 시키는 무서운 곳이라고 알고 있다.
- 국정원 직원들이 탈북자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했는가?
A: 인천공항에서 제일 먼저 마중해준 한국 사람은 국정원 직원이었다. 태국 감방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서 우울했던 마음이 '여기는 대한민국 인천공항입니다. 여기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던 국정원 직원 말 한마디에 큰 감동을 받았다.
2008년에 국정원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대기반'이라고 불렀는데 방도 따뜻했고 여성들이 생활하는 데서 아무런 불편도 없었다. 가끔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직원이 큰소리를 치는 경우는 있었다.
B: 2011년 당시는 탈북자가 제일 많은 시기였다. 인원이 많다보니 대열을 인솔하는 직원들이 큰 소리로 말한 것은 사실이다. 줄 맞추어 학습실에 가고 운동도 하며 식당에 가는 것 외 에 별다른 일과는 없다.
센터 안에 병원도 있고 호실에서 갑자기 저녁에 환자가 발생해도 인근병원으로 후송한다. 결핵균이 있는 환자들은 다른 병동에서 치료도 하고 다른 탈북자들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대책도 세워졌다.
c: 같은 호실에 다리가 불편한 언니가 있었는데 국정원 직원들이 구급차에 태워서 서울대학병원에서 CT와 MRI를 찍고 수술까지 받았다. 언니는 현재 서울에 살고 있으며 수술경과가 좋아서 다리에 아무런 불편도 없이 산다.
- 조사과정에 성적 수치심이나 구타를 당한 적이 있는가?
A: 전혀 없다. 국정원 직원은 조사과정에 생각나지 않는 부문은 쉬면서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가정 내력을 말하다가 3년 전 이혼한 사실을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직원이 북한에서 이혼은 하기 힘들다고 하던데 구체적인 실태를 물어본 적은 있다.
또 중국에 팔려 와서 마음에도 없는 중국 사람과의 생활과정을 이야기할 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담당 직원은 50세를 넘기신 분이었는데 '나도 너 같은 딸이 있다. 내 딸이 원치 않는 사람에게 팔려갔다고 생각하면 아버지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남한에서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면 가슴 아픈 과거를 잊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B: 때로는 엄격하게 물어볼 때도 있다. 중국으로 팔려간 집에서 도망을 친 적이 있다. 장애가 있는 한족이었는데 그 집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보름 만에 도망쳐서 다른 남자와 살다가 한국에 왔다. 처음 조사할 때 도망친 부분이 부끄러워 거짓진술을 했다.
국정원 직원은 약간 성난 얼굴로 '우리가 도망친 죄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것을 알려고 할 뿐이다. 중국으로 팔려간 것이 당신들 잘못이 아닌데 왜 굳이 숨기느냐. 우리도 탈북자들의 신상을 똑바로 알아야 대한민국을 지킬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C: 조사과정에 모든 것을 정확하고 솔직히 말하면 된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자기의 살아온 전 과정을 말하는 것이 탈북자에게는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가슴 아픈 일이다. 반복되는 질문과 기억조차 하기 싫은 중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이야기할 때면 그때가 기억나 서러움에 운적도 있다.
성적수치심이나 구타를 당한 적은 없다. 조사가 끝나서 한 호실에 모이면 서로마다 조사과정을 이야기 한다. 우리 호실에도 10명이 생활했는데, 함께 생활하던 친구를 담당한 국정원 직원은 조사 도중 커피도 권했고 과일도 주었다고 했다. 또 어떤 탈북자는 담당조사관이 무뚝뚝해서 지루해서 혼났다고 말했다.
-조사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는가?
A: 2008년 당시 6~7주 정도 걸렸다. 드물기는 하지만 10주 이상 걸리는 사람도 있다. 오래 걸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1차 조사에서 거짓진술을 한 것이 다른 탈북자의 증언에 의해 사실로 밝혀진 사람들이다.
같이 온 일행 중에 중국에서 15년 살던 탈북자가 있었다. 그는 남한에 먼저 온 탈북자를 통해서 탈북 10년에 넘으면 정착금이 적다는 정보를 받고 거짓진술을 했다. 그의 거짓말은 한 동네에서 살던 사람의 진술로 발각되는 바람에 재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B: 국정원에서 같이 생활하는 탈북자들은 상호간의 경력은 대충 알고 있다. 중국을 통해 라오스 태국을 거쳐서 오는 기간에는 서로마다 통성을 한다. 어느 호실에 누가 조사기간이 연장되었다고 하면 그건 벌써 거짓말로 진술해서 벌 받는다고, 그런 벌은 응당하다고 서로마다 말한다.
C: 2013년에 국정원에서 약 3주간 있었다. 조사도 빨랐고 기간은 정확히 5일 걸렸다. 조사가 끝나면 종료반에 나오는데 같이 온 탈북자들은 거의 동일한 시기에 조사가 끝난다.
조사 당시 고독한 순간은 혼자 있는 방에서 생활한다는 점이다. 그 기간에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기 힘들다. 일주일 동안은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가 끝나서 호실로 돌아오면 혼자라는 고독감에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조사과정에 죄인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 적은 있는가?
A: 조사를 받는 첫날에는 속으로 많이 떨렸다. 북한에서 세뇌받던 안기부 요원하고 마주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알지 못할 공포감이 밀려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소리치며 호령하던 북한 보위원과는 달리 국정원 직원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 만큼 낮았다.
낮은 목소리로 질문하면 가끔은 일어서서 대답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담당조사관은 앉아서 편안하게 답하라고 말했다. 죄인이라기보다는 긴장되고 처음 받아보는 조사인지라 두려움은 있었다. 조사가 끝나니 무거운 짐을 털어낸 기분이었다.
C: 조사관이 조사과정에 솔직하게 답해달라는 요구를 한 적은 있다. 이 요구를 듣고서는 신원을 확인해야 북한정권이 박아넣은 간첩도 적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신원을 밝혀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조사과정에서 틀린 말이나 앞의 진술과 전혀 맞지 않는 말을 하면 당연히 조사관은 화를 낸다. 처음부터 죄인취급을 하는 조사관은 없다. 자기 자신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은 거짓말진술로 조사과정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부 탈북자들이다.
- 이번 기사를 보면서 탈북자들의 심정에 대하여
A: 현실과는 차이가 나는 개인의 느낌을 전체적인 탈북자의 심정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기사에서 지난해 경기도가족연구원 조사에서 탈북자의 43.1%가 국정원조사기간에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는데, 나 자신도 경기도에 살면서 그런 조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 기사에서는 조사 당시 옆방에서 또 다른 탈북자에게 국정원 직원이 고함을 치고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 두려움에 떨었다고 하는데, 조사 받을 당시에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 물 먹으로 드문히 나갔지만 다른 방의 말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B: 장하나 의원이 '국정원이 탈북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흔들며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사과 정상 탈북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탈북자의 인권이라고 했는데 탈북자라는 말을 함부로 인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부분 탈북자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조사과정을 이해하고 있다. 같은 어머니 몸에서 태어난 형제도 서로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졌는데, 하물며 중국과 북한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정확히 조사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국정원이 인권을 유린한다고 하는데 본인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려면 조사에 충실히 임하면 된다. 거짓이 없이 조사에 응한다면 인간유린을 당할 필요가 없다. 국정원 직원의 조사는 개인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