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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0. 23. 12:53

[데스크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 강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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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0.23 03:13

    
	강훈 사회부 차장
    강훈 사회부 차장
    "사전에 보고했다.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윤석열 여주지청장)

    "정식 보고가 아니다. 외압으로 느끼는 검사가 잘못된 것이다."(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 상관과 부하 사이에 싸움이 시작됐다.

    "그런 검사장을 모시고 수사를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윤 지청장)

    "처음부터 수사팀을 신뢰했고 많은 힘을 실어줬다."(조 검사장)

    싸움은 끝없이 이어졌고 농도는 갈수록 심해졌다. 급기야 "위법한 상사의 지시를 따를 수 있겠느냐"는 윤 지청장의 주장에, 조 검사장은 "항명으로 나갈 줄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감사하러 나온 여야 국회의원들은 추임새를 넣었다. 어떻게 혼을 내볼까 고민하던 차에 피감기관 조직원끼리 물고 뜯으니 박자만 넣어주면 효과 만점의 국감이었다. "외압 실체를 구체적으로 말해봐라."(야당 의원) "이건 하극상이야. 조폭보다도 못해."(여당 의원) 이들의 잔인한 드라마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12시간 만인 밤 11시쯤 막을 내렸다.

    이번 서울중앙지검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국정원 댓글 사건뿐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사건, CJ그룹 사건, 사초(史草) 실종 사건 등 올 한 해 동안 서울중앙지검이 맡았던 각종 대형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밝혀볼 선량(選良)들의 경연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검장과 지청장의 난투극에 묻혀 그런 굵직한 사건들조차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 싸움의 발단이 된 국정원의 트위터 정치 개입 사건에 대한 심도 있는 감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 검사장은 "(윤 지청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변경 신청한 공소장도 아직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조 검사장은 다음 날인 22일 대검에 감찰을 받겠다고 자처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국감장 밖에서도 이어지게 됐다.

    검찰 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사건을 법에 따라 공평하게 처리해야 할 검사들이 개인 의견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장급 간부는 "가뜩이나 검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라고 말했다.

    외부 시선은 더욱 싸늘했다. 법조계의 한 원로는 "이건 국가 기관이 아니다"라고 했고, 또 다른 원로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했다. 상관을 들이받는 부하에겐 '반성'이 없었고, 발뺌하는 상관에겐 '권위'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민은 지난 1년간 불쾌한 검찰 드라마를 수없이 봐야 했다. 부당한 수사 개입을 의심받은 한상대 전 총장의 '불명예 퇴진극', 조사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벌였던 평검사의 '성추문극', 혼외자(婚外子)를 감추려 조직과 정치권을 끌어들였던 채동욱 전 총장의 '거짓말 행진극'까지. 여기에 이번 '항명 난투극'은 추락하는 검찰에 바닥이 없음을 국민들에게 두 눈으로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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