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 서울대에서 나오고 있다.
-프랑스 그랑제꼴은 엘리트 교육의 전형-
정소성 (단국대학교 교수, 불문학)
서울대 폐지론자들은 곧잘 프랑스 대학교육제도를 예로 든다고 한다.
관점의 차이가 있겠으나, 필자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프랑스의 대학교육 제도는 가장 심각한 경쟁체제이고 엘리트 지상주의다. 서울대 폐지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서 프랑스의 그랑제꼴제도를 들었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해다.
프랑스의 대학교육제도는 이중적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일반대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반 국립대학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그랑제꼴 제도이다.
국립대학제도는, 프랑스 정부의 지방화정책의 일환으로 정착한 대학교육제도이다. 그라비에 같은 학자는 빠리와 지방을 비교하고, “빠리와 사막의 비교”라고 표현했다. 1958년에 탄생한 제5공화국부터 심각한 빠리집중화의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1969년 철저한 지방분권 정치체제를 두고 국민투표하였으나 빠리를 아끼는 프랑스국민들의 정서 탓으로 실패하였다. 그래서 조르쥬 뽕피두 대통령 정권은 정치체제로서가 아니라 정책으로서 지방분권을 추진하게 된다. 1982년에 공표된 지방분권관련 법령이 그것이다. 지방에서 개최되는 각종 영화축제등도 이런 정책의 일환이다. 그리고 프랑스 최고의 그랑제꼴인 행정학교(ENA)의 스트라스부르 이전등도 이런 정책의 결과이다. 사법연수원도 남서부에 위치한 보르도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프랑스정부는 이런 국가권력의 지방이양이라는 관점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일반대학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1945년에 드골정권의 각료였던 미셀 드브레에 의해 국가최고행정학교인 행정학교(ENA)가 창설된다. 단 한번의 국가고시를 통해 국가의 살림을 책임질 행정 전문가를 뽑을 수 없다는 생각이 기초하고 있다.
그랑제꼴들이 꼭 이런 이유에서 창설된 것은 아니다. 국립고등사범학교(ENS)는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교수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대학이다.
국립이공과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에꼴 뽈리테크니크도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학교는 나폴레옹이 공병을 양성하기 위해 창설한 학교가 시초였다. 그래서 이 학교의 주무부처는 지금도 국방부이다. 학생들은 재학중 월급을 받는다. 1학년은 80여만원, 2학년은 백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철저한 산업계 엘리트 양성학교다.
프랑스는 일년에 대략 80만명이 대학입학자격시험(바깔로레아)에 응시하며 이중 70% 정도가 합격한다. 이중 6만 5천명 정도가 그랑제꼴 바깔로레아의 합격증을 받으며, 이들 중 1만 7천명 정도가 그랑제꼴 예과격인 예비반에 등록한다. 예과는 국가의 지정을 받은 소수의 고등학교에 설치되어 있다. 예과 2년의 스파르타식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학생들 중에서 2천 2백명만이 뽈리 테크니크에 응시하며, 이중 400명만이 합격의 영광을 안는다. 영재 중에서 영재이다.
이들 최고수준의 그랑제꼴들의 역사가 언제나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파리고등사범학교의 경우, 타대학들의 시기와 비판에 밀려 당시 국민의회의 결의로 한때 소르본느(파리 4대학) 부속사범대학으로 전락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후 재기의 노력을 했다. 결정적으로 1차 대전 이후 그것은 본격화했다. 대전 중 전 재학생의 절반이 조국수호에 목숨을 바쳤음이 알려졌고, 그 결과로 이 대학 전체가 무공훈장을 받았다. 1927년 학장으로 임명된 베시오에 의해 독립학교로 재탄생했다.
지금 프랑스에는 306개의 그랑제꼴이 있으며, 재학생 총 수는 9만 7000명 수준이다. 매년 2만 3천명에게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참다운 고등교육기관의 정착은 많은 희생을 치른다.
서울대학교는 우리 나라에서 프랑스 내 300개 그랑제꼴의 종합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폐지론자들은 프랑스의 일반대학체제만 보고 그랑제꼴 체제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랑제꼴의 생명은 학벌주의와 영재주의 그리고 철저한 국가주의와 엘리트주의다.
서울대학은 미국 대학평가 단체들에 의해 유일하게 미국 100대 대학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략 3600여개의 유니버스티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 미국에서 100대 대학에 오른다면 최우수대학이라고 본다. 주립대학으로는 UC 버컬리나 UCLA 그리고 위스콘신(메디슨), 시카고(앤 아버), CUNY(뉴욕 시립대학)계열 중 일부 정도가 서울대학의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국내 모모 사립대학들은 200위권 밖으로 평가된다.
서울대학교에 대한 국제적인 객관적 평가는 바로 논문 SCI 순위가 35등이라는 사실이다. 하바드의 재단 가용 재산이 약 50억 달라(60조원)이다. 어찌 경쟁이 되겠나. 일년 예산 2000여억을 가지고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소위 일급 사립대학의 예산이 4000억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서울대학에 기우리는 관심이 얼마나 형편없나를 알 수 있다. 나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그 정도의 연구비를 가지고 그 정도의 성과를 내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랑제꼴이 없는 프랑스는 존재하기 어려우며, 서울대학이 없는 한국은 경쟁력이라고는 없는 <우리식>으로만 살 수밖에 없는 닫힌 국가가 될 것이다.
※ 주 : 올린 글의 줄길이가 너무 길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글을 좌우로 연결 시켜가면서 읽기가
불편하여 줄길이를 줄여 재편집하여 올렸어니 참조 바랍니다. - 카페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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