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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진보 연대 바람, 총선 판세 뒤흔든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3. 12. 23:02

 

[사설] 민주·진보 연대 바람, 총선 판세 뒤흔든다

 

입력 : 2012.03.11 23:24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9일 한명숙·이정희 양당 대표의 심야(深夜) 담판을 통해 4·11 총선 연대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민주당은 수도권 4곳 등 모두 16곳의 단일 후보를 진보당에 양보했고 76곳에서 두 당 후보가 경선을 하며 나머지 지역은 진보당이 민주당 쪽에 양보하기로 했다. 두 당은 18대 국회가 비준한 한미 FTA 시행에 전면 반대하고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지기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을 비롯한 정책 연대에도 합의했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이뤄진 민주·진보당 야권 연대는 여·야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수도권 판세만이 아니라 전국의 선거 양상을 일변(一變)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접전 지역은 대개 유권자 7만 안팎 선거구로 과거 선거에서 1000~3000표 차이로 승부가 나는 곳이 많았다.

이달 초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3.7%, 민주통합당 31.8%, 통합진보당 3.1%였다. 그러나 야권 연대 시 지지도는 야권 연대 후보 48.8%, 새누리당 후보 37.1%로 뒤집혔다. 야권 연대는 민주당 지지율에 진보당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보태는 걸 넘어 부동표를 흡수하면서 무려 13%포인트 이상 야당 단일 후보 지지를 높였다. 야권 연대에 따른 야권 표의 상승 폭은 서울 20%포인트, 인천·경기 13.8%포인트, 충청 14.6%포인트 등 여야 접전 지역에서 더 컸다. 친노인사가 대거 출마한 부산 경남의 여야 격차도 19%포인트에서 11.5%포인트로 좁혀지는 걸로 나타났다.

 

실제 총선 결과가 여론조사대로 나올지는 확언(確言)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국민도 민주·진보 연합이 승리했을 경우의 국가 운영 모습을 그려 보아야 할 때가 됐다. 보수에 뿌리를 뒀던 야당과 범(汎)좌파가 결집한 정당이 전국적으로 단일 후보를 내고 정책을 공유하는 선거 연대를 이룬 것은 이정희 대표 말대로 "우리 사회의 근본을 바꾸는 변화의 출발"이라 할 만하다. 민주·진보 연대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당장 한미 FTA 발효 중단과 제주 해군기지 공사 저지를 위해 행동을 시작하고, 12월 대선에 승리하면 두 사안은 폐기(廢棄)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진보당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 국군 해외 파병 금지를 당의 기본 정책으로 정하고 있다. 진보당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추진하는 '사회의 근본을 바꾸는 변화'란 한미 동맹 중심의 안보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탈(脫)한미동맹' 이후의 정책은 무엇인지 지금으로선 짐작도 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의석이 적은 진보당 정책에 끌려가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진보당은 이번 야권 연대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을 너끈히 넘기고 민주당은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진보당의 도움이 더 절실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진보당의 요구는 더 많아지고 거세질 게 분명하다. 대선 승리 후 핵심 각료 자리 보장과 공동 정부 구성을 요구하고, 민주당도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 정권의 청와대와 내각 회의에 한미 동맹 해체 같은 진보당 주요 정책이 현안으로 오를 날이 다가온다는 말이다.

좌파 연합의 바람은 경제 교육 환경 노동 분야에 더 거세게 몰아칠 것이다. 두 당은 출자총액 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 수술을 위한 입법과 중과세(重課稅) 대상 확대를 예고했다. 두 당이 재야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 만든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개 약속'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활동 보장 등 우리 내부 이념 갈등을 또 한번 터뜨릴 정책이 수두룩하다. 민주·좌파 연합이 상위 1%를 응징하고 나머지 99%를 위한다는 깃발 아래 이런 정책들을 실제로 밀고가면 당장 박수가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수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치 정세가 불안한 나라로 분류되고 좌우 충돌, 소득 계층 간 이해 갈등, 재정 악화, 대기업의 국외 탈출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보수 진영은 새누리당, 자유선진당, 박세일씨의 국민생각으로 나뉜 마당에 정운찬 전(前) 총리를 앞세운 세력까지 뛰어든다는 설로 뒤숭숭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 비상(非常)한 사태를 맞아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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