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전한 언어문화 캠페인을 벌이자 >
(국방일보 2011. 12. 8.)
이 영 해 한양대 교수ㆍ(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요즘 학생들은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욕이 없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특별한 악의를 갖고 욕을 하기보다 욕이 일상어다. 욕을 섞어 말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욕설은 자신과 상대방의 심성을 거칠게 하고 관계를 왜곡한다. 청소년들의 욕설은 이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언어가 심각하게 오염된 것은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기에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모두 망가진 결과다. 부모-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학교에서는 성적만을 강조하는 입시교육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과 영화, TV가 언어 파괴를 부채질하며 욕설을 쉽게 접하게 한다. 또 비속어를 사용하는 자녀를 보고도 혼 내지 않고 놔두는 부모가 많아진 것도 큰 이유다.
성장기에 욕설을 많이 쓰면 뇌 발달과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빗나간 언어는 빗나간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국 빗나간 인생을 만들고 만다.
최근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만연한 욕설 문화는 인터넷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익명 뒤에 숨어 쏘아대는 욕들은 얼굴을 맞대고 하는 욕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어찌 된 셈인지 최근 작가·판사·교수 등 좋은 말을 지켜야 할 지식인들이 거꾸로 언어폭력을 주도하고 있다. 필요한 논쟁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논의되는 사회적 주제에 대해선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말을 통해 피해자의 명예를 일방적으로 훼손하는 것이 문제다. 내가 언어폭력을 자행하면 언젠가는 나도 그 언어폭력에 희생자가 된다.
공공언어인 방송에서도 언어예절이 실종되고 막말과 비속어가 일상화된 품격 없는 말을 방송에서 내보내는 것도 큰 문제다. 또 일부 정치인들의 천박한 말도 사회지도층의 낮은 인격을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격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군대에도 과거에 구타와 욕설이 만연하던 때가 있었다. 군의 노력으로 구타는 거의 없어졌지만, 언어폭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병사뿐만 아니라 일부 간부들도 아직 욕설문화에 젖어 있다. 욕을 ‘사랑의 욕’으로 둘러대거나 전우애의 표현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군 당국은 ‘욕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욕을 쓰다가 상급자에게 적발되면 벌을 줘 불이익을 받게 하고 모범 병사에게는 포상을 하는 ‘당근과 채찍’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병영의 언어폭력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말은 버릇이며 몸에 배는 습관이다.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는 욕설과 거친 언어는 상대방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죽음으로 치닫게 할 정도로 사람의 감정을 격하게 한다.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말을 아끼고 신중함과 자제력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은 어떤 때는 약이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독이 된다. 언어는 나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고리 역할도 한다. 바른 언어 사용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언어가 우리 사회의 건강과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바른 언어습관과 심성을 갖도록 하는 언어 순화 캠페인이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해 학교나 가정은 물론 사회, 군 모두가 이 캠페인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