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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 잡는 물질, 15년간 팔린 나라/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11. 14. 20:10

[기자수첩] 사람 잡는 물질, 15년간 팔린 나라

  • 김민철·사회정책부
  • 입력 : 2011.11.14 02:59

    김민철·사회정책부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가습기 살균제를 믿고 샀는데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11일 오전 보건복지부 브리핑룸. 복지부가 원인 미상 폐렴으로 임산부들이 집단 사망하는 사건의 주범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하고 제품 6종에 대해 강제 수거 명령을 내리자 피해자 가족들은 울먹였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 때문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폐 손상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6종 중에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제조사 한빛화학)'은 1996년 처음 판매를 시작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을 함유한 제품이 아무런 점검 없이 15년 동안이나 소비자들에게 팔린 것이다.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가 파악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환자 발생 사례만 34건이고, 이 중 9명은 사망했다.

    어이없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는 의약품이나 의약외(外)품이 아닌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해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답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업체가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등록만 하면 성분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살균제를 코를 통해 흡입할 경우 당연히 독성 축적을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더구나 가습기 살균제는 외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해온 제품이다. 세계 최초의 '흡입형 독물'을 무려 15년간이나 방치해온 것이다.

    살균제의 대표 성분인 'PHMG phosphate' 등은 세계 어느 나라의 독성 실험에서도 '호흡시 안전성'에 대해 입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복지부가 수거 명령을 내린 가습기 살균제 6종 중에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안전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가습기 클린업·제조사 글로엔엠)까지 끼어 있다. 제품의 안전성을 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위해한 제품에 안전 인증을 해준 셈이다.

    복지부는 뒤늦게 생활제품에 대한 평가·관리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관계 부처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이 죽고 사태가 불거져야 움직이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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