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병과 도덕적 해이가 나라 망친다 >
(국방일보 2011. 11. 9.)
이 영 해 한양대 교수ㆍ(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그리스는 지중해 근처 날씨 좋은 천국 같은 나라였다. 회사원은 오후 일찍 퇴근했으며 여름휴가는 한 달 이상이었다. 회사가 적자인 경우에도 노조가 강해 해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으며 정년퇴직을 하면 근무 시 받던 봉급에 가까운 연금이 나왔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원하는 만큼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복지 철학에 따라 대학 학부는 물론 대학원도 등록금 한 푼 받지 않고, 기숙사비까지 무상이었다. 의료, 노후, 자녀교육 걱정하면서 돈을 아끼고 저축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흥청망청 복지는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빚을 얻은 것이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니까 빚쟁이 나라들이 더 이상 돈을 못 빌려 주겠으니 이제 긴축하고 일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거기에 데모로 맞섰다.
그리스에서는 매년 8만5000명의 대학 졸업생이 사회에 나오지만 정규직 일자리 공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 상반기 청년 실업률은 43%에 달한다. 인재를 배출해놓고 정작 일자리는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복지병과 도덕적 해이는 재정지출 구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그리스 정부는 각종 지출로 국민 1인당 연 1만600유로를 썼다. 반면 세금으로 걷은 수입은 8300유로뿐이다. 1인당 매년 2300유로(약 370만 원)씩 적자를 보는 것이다. 지속 불가능한 지출 구조가 30년간 계속돼 왔다.
1980년대 초까지 유럽의 경제 우등생이었던 그리스가 30년 만에 망한 까닭은 돈으로 표를 사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인을 계속 뽑아준 유권자의 합작품이었다. 역대 정권이 표가 떨어질까 걱정했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걷지도 못했다. 지출이 헤픈데도 그리스의 조세부담률(20.4%)은 한국(20.8%)과 비슷하다. 이러한 ‘많이 쓰고 적게 걷는’ 정책은 정치가 돈으로 표를 사고 국민들이 정치인의 선동에 넘어가 표를 몰아준 산물이었다.
결국 그리스는 복지 혜택을 줄이든지, 세금을 더 내든지 양자택일할 도리밖에 없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여·야는 정치폭탄을 상대에 떠넘기려 여념 없고, 국민들은 둘 다 못하겠다고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 이는 400년간 터키로부터 식민통치를 받다 보니 국가 의식과 애국심이 약해지고,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습관화된 탓이기도 하다.
재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보물단지인 ‘화수분’이 없는 나라가 지상천국을 흉내내면, 잘못된 복지정책으로 빚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리스나 인민으로부터 모두 빼앗은 뒤 은혜를 베풀 듯 나눠 주는 공산국가가 된다. 공짜는 없다. 분수에 맞게 쓰는 게 최선이다.
복지는 백년대계다. 한번 설계하면 100년을 간다. 소득 2만 달러를 넘은 우리도 제대로 된 복지시스템을 갖출 때가 됐다. 하지만 처음에 잘못 설계하면 두고두고 미래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또 정치권이 복지를 표로 생각하면 국가 재정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어느 정도 복지를 원하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합리적 합의를 끌어내고, 복지 지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정치권이 복지정책 경쟁을 하지 않으면 우리도 머지않아 복지병과 도덕적 해이로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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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군대가 전쟁서 승리한다>
(국방일보 2011. 10. 14.)
이 영 해 한양대 교수ㆍ(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2010년 국제적인 부패 감시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조사 대상 178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공동 39위를 기록했다. G20 회원국이면서 세계 12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이지만 ‘부패’의 현주소는 아직 부끄럽기만 하다.
또 올해 7월 한국반부패정책학회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사회의 부패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무려 87.5%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패하다’라고 답했으며, ‘부패한 기관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당이 20.6%로 가장 높았으며 군대는 2.1%로 나왔다.
다른 분야에 비해 군의 부패 정도가 낮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사소한 군의 비리와 부패는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군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을 실망시키는 해군(害軍) 행위에 해당한다. 군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부패하고 무능하며 도덕성이 결여되어 모택동 군대에게 패배한 장개석 군대 같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예로부터 부패하고 부정한 군대가 전투에서 승리한 적은 없으며 군의 도덕성은 곧 전투력이다. 부정과 부패가 총칼을 든 적보다 더 무서운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도덕성이 바로 서 있지 못한 장교는 부대를 제대로 지휘하거나 부하를 통솔할 수 없으며, 바르지 못하고 깨끗하지 못한 장교는 부하들이 신뢰하지 않고 따르지 않는다. 프러시아를 통일한 몰트케 참모총장이 사후에 남긴 유산이라곤 침대와 거울, 운동기구, 서적 등 몇 점의 유품뿐이었다.
군인들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책무를 다함은 물론 병영 내에서의 작은 실천을 통해 부패를 근절해 대군신뢰 증진과 강군 육성에 적극적으로 매진해야 한다. 특히 장교는 깨끗한 도덕성을 갖춘 청렴성을 유지하면서 진급 및 보직, 금전 사용 등 군복무에 있어 윤리 강령을 철저히 이행하고 올바른 품성과 인격을 갖춰야 하며 한 점 부끄럼 없이 부대를 이끌어야 한다.
‘책임’ ‘창의’ ‘청렴’은 군인이 복무 중에 늘 가슴에 새기고 몸소 실천해야 하는 핵심적 가치덕목이다. 책임이란 반대의 행동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을지라도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는 내면의 도덕성이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자질이며, 청렴이란 성품이 고결해 공·사가 분명하며 욕심이 없음을 뜻하고, 검소는 사치·낭비·향락을 자제하는 꾸밈없는 결백함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조직이 다 부패하더라도 군대 조직만은 그리고 군인만은 부패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군인이 물욕(物慾)에 눈뜨기 시작하면 이미 위국헌신(爲國獻身)의 본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적은 군대로 많은 군대를 이길 수는 있어도, 부패한 군대로 건전한 군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병가의 상식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