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안철수의 어긋난 `융합`

鶴山 徐 仁 2011. 11. 10. 11:53

 

[시론]

안철수의 어긋난 `융합`

입력: 2011-11-09 17:17 / 수정: 2011-11-09 17:57
 
정치 관심 없는데 야권통합 웬말
애매한 처신 융합 아닌 파행 낳아
정치관 밝히고 국민 선택 받아야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
10 · 26 재보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파괴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안철수 교수는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우상이다. 그는 명문대 출신 의사이며 당시 불모지였던 컴퓨터 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연구소 경영에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외국에서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을 연구해 '융합' 분야의 대가로 자리잡았다.

산업사회의 분화(fission) 패러다임과는 달리 지식기반사회의 융합(fusion) 패러다임은 여러가지로 이롭다. 융합에는 팝페라처럼 여러 분야 · 장르가 합쳐지는 수평적 융합도 있고 막걸리의 고급화,유명 브랜드 제품의 저변화와 같은 고급문화 · 대중문화 간 수직적 융합도 있다. 융합의 이기(利器)는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이 결합된 스마트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한 대금결제처럼 정보통신과 금융도 융합된다.

그러나 융합으로 신화적 성공을 거둔 안 교수의 행보는 이런 순기능에서 비껴나 있다. 대신 파행이 일상적인 것이라고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그의 언행이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때문에 그의 '융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그의 애매한 처신은 우려와 불신을 키운다. 정치에 몸담지 않는다고 하면서 여전히 파괴력을 지닌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은 그릇된 정치행태다. 교수의 정치 참여는 한 사회의 지성인으로서 특정분야에 비판 · 조언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정도를 넘으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출마를 선언,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관을 표명해야 한다. 한쪽에선 지속적으로 정치적 파급력이 큰 발언을 하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고해성사'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그가 성공한 융합의 세계와 맞지 않는다. 일반국민들이 갖고 있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그의 정치적 행보를 '어긋난 융합'이라고 하는 것이다.

둘째,'융합'을 빌미로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정체성을 숨겨선 안 된다. 그에 대한 압도적인 대중 지지도를 보면 그가 야권통합의 기폭제가 됐음을 알 수 있다. 향후에도 통합된 세력의 구심점에 설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이념적 색깔과 관계없이 모든 야권정당,재야단체의 통합을 시도한다니 융합의 순기능은 고사하고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가로막는다. 통합 세력은 정치적 이념,정강 · 정책이 동질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는 그의 정치적 이념과 정강이 뭔지 알 권리가 있다.

셋째,그의 '융합'은 '야권통합'으로 둔갑해 기존 정당을 무력화하는 부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과 정치행위를 통합하려는 시도는 정당정치와 정치적 관행을 뒤집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의 돌연한 등장과 불출마 선언,그리고 이어진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은 기존 야권 정당들이 서울특별시장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범야권 후보가 당선됐지만,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정당정치의 부정과 부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다.

넷째,각종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정치행위를 원천적으로 부정할 수 없지만,안 교수처럼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상태에서 그런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대의제도를 심각하게 왜곡시킨다. 특히 '직접'과 '참여'를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감성적 측면에 지나치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헌법에 명기된 한 · 미 FTA 국회비준을 물리적으로 봉쇄하고 장외선전하면서 국민투표로 직접 의사를 묻겠다는 야당 대표의 발상은 이 연장에서 나온 것이다.

의술,컴퓨터 백신 개발,성공한 경영인 등 여러 분야의 융합에 성공한 그가 최근 보인 행보는 국민들을 대승적 경지에서 화합하게 해야 하는 정치적 융합과 무관해 보인다. 그가 보이고자 하는 융합 정치 백신은 무엇인가.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