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안철수 지지율 조사
박 50.8%, 안 42.1%로
양자 대결 격차 더 커져
여 지지층 위기감에 결집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9월 여론조사는 ‘안철수 돌풍’의 주역이 중도보다 진보, 무당파보다 야당 지지층이었음을 보여준다. 안철수 돌풍으로 입은 타격도 민주당 등 야권에 더 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
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반한나라당 후보’로 인식되면서 야당 쪽 지지세가 쏠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원장의 2012년 대선 가상대결에서 박 전 대표는 50.8%, 안 원장은 42.1%의 지지율을 얻었다. ‘모름·무응답’층은 7%다. 출마설 이후 줄곧 우위를 점하던 안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와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6일)를 거쳐 ‘잠복기’로 접어들며 박 전 대표에게 지지율이 역전된 이래 가장 큰 격차다. 둘은 그간 가상대결에서 △6일(CBS) 40.6% : 43.2% △8일(MBC) 32.6 : 59.0 △12일(서울신문) 46.1 : 44.2 △13일(조선일보) 45.2%: 41.2% 등으로 경합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안 원장의 잠복기와 무관하게 야권 지지세력은 본래 자리로 회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의 6월·9월 여론조사 결과를 견줘보면, 전체 한나라당 지지율은 6월 33.6%에서 9월 35.4%로 올랐으나 민주당은 30.4%에서 22.1%로, 민주노동당은 4.5%에서 2.9%로 30%가량씩 빠져나갔다. 대신 모름·무응답은 27.2%에서 35.2%로 뛰었다. 야당 지지층이 ‘포스트 안철수’를 기대하며, 현재의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대선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 지지층의 정당 지지도(복수응답)를 보면, 민주노동당(72.5%), 민주당(62.7%), 무당파(46.6%), 한나라당(18.5%) 순이다. 이념성향도 진보(57%), 중도(45.7%), 보수(23.2%) 순이었다. 안철수 돌풍이 중도·무당파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지지층에 기댄 측면이 컸던 셈이다.
대세론이 흔들린 것으로 평가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오히려 올랐다. 박 전 대표는 다자간 경쟁구도에서 8월 33.9%, 이번에는 38.9%를 얻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이들의 성향도 한나라당 지지층이 51.4%에서 61.6%로, 보수층이 42%에서 51.5%로 크게 뛰었다. 안철수 돌풍으로 인한 위기감이 전통 지지자층의 견고한 결집을 불러온 셈이다.
안철수 돌풍에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도 올라가면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8월 7.2%에서 9월 8.8%로 소폭 상승한 것을 빼곤 다른 대선주자들은 예외 없이 지지율 누수를 맛보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6.5%에서 5.2%,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4.5%에서 2.8%,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4.6%에서 2.7%로, 김문수 경기지사는 6.1%에서 3.8%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안철수 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제3의 정치세력화’보다는 ‘정치권과 거리 두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원장이 ‘조기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18.3%)보다 ‘특정 정치세력에 몸담지 않고 정치권과 거리를 둬야 한다’(69.9%)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