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같은 삶 학산
세상에 살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는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과 이런저런 연이 닿아 만남이 있었다 해도
언제나 일정한 선에서 한계를 느끼며,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자신마져도 때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때가 있는 데
다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라 여겨집니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때면, 마치 빛 좋은 개살구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늘 그럴사한 모습이었던 탓으로
늘 운명처럼 외톨이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다짐하기는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도 일종의 사치스런 감정이라 여겼습니다.
철부지로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어미와 생이별을 한 채, 살아야 했기에
어쩌면 어릴 때부터 외톨이가 몸에 배였기 때문인지,
성장 후에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늘 서툴렀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하듯이,
형제자매가 어울려 살다 보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터인데,
외톨이로 자라면서, 자신의 약점을 보이기 싫어하여,
자신의 실체를 감추며, 살려다 보니, 외로움을 자초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매달려
전심전력 하느라 제대로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지만,
은퇴 후 생활에서는 가슴 속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외로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럴 때는 누군가와 함께 답답한 마음이라도
활짝 열 수 있었으면 좋을터인데
그럴 사람이 옆에 한 사람도 없으니,
과연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았는 가 싶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모른 채 살아온 터에,
두 분은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나셨어도,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는 데,
그들도 오직 자신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드는 울타리인 것 같습니다.
하늘아래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맘 문을 있는 모습 그대로,
열어둔 채 얘기할 수 있는 한 사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분명 자신의 삶 속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긴 세월을 그냥 빛 좋은 개살구로 살아왔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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