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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본의 반격

鶴山 徐 仁 2011. 1. 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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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본의 반격

입력 : 2010.12.30 23:30 / 수정 : 2010.12.31 10:50

차학봉 도쿄 특파원

'대통령의 톱세일즈 교섭력', '군사 및 과학기술 인재 육성 지원', '정부 주도의 파격적인 가격'.

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에 밀린 일본 정부가 구성한 '인프라해외전개 추진실무담당자 회의'가 지난 6월 분석한 한국 수주의 성공 요인이다.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돼 수주전에 임하는 '관민(官民)일체형'인 데 반해 일본은 관이 수수방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패했다는 반성을 담았다.

'논의만 무성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 일본 정부이지만 원전·고속철 등 인프라 수주전만은 달랐다. 일본은 한국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 신속하게 행동했다. 총리실 산하에 인프라 해외수출관계 장관회의를 설치했으며 외무성 등 각 부처에도 인프라 수출지원팀을 만들었다. 정부 관료들이 나서 민간기업을 끌어들여 '국제원자력개발'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돈이 부족하다고 기업들이 울상을 짓자, 인프라수출 펀드 조성 등 파격적인 금융지원책도 잇따르고 있다. 관과 민이 하나가 돼 인프라 수출을 한다는 '올 재팬(ALL JAPAN) 전략'이 전광석화처럼 추진됐다.

1년도 되지 않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1월의 베트남 원전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한국이 유력하던 터키 원전 수주도 한발 더 다가갔다. 베트남 원전 수주를 위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직접 베트남을 방문, 물량공세를 펼쳤다. 간 총리는 베트남에 790억엔(9848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고 공항·철도 건설 등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수주가 확정적이었던 터키 원전이 일본으로 기우는 것도 일본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일본은 인프라 수출에서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인프라 수출과 연계할 경우, 한국은 일본과 경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은 연간 ODA 자금(2009년 기준)을 94억달러나 쓰는 데 반해 한국은 8억달러에 불과하다.

한국과 리튬 등 자원개발협력을 하기로 했던 볼리비아 쪽 상황도 간단하지 않다. 일본이 2008년까지 볼리비아에 지원한 자금은 엔차관 470억엔, 무상자금 850억엔, 기술지원 630억엔 등이다. 우리 돈 2조원에 가깝다. 최근 도쿄를 방문한 볼리비아 대통령이 공동성명서에 "무상원조에 감사한다"는 문구를 넣었을 정도다. 원전 발주를 놓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터키도 엔차관만 5501억엔(7조6330억원)을 받았을 정도로 일본 신세를 많이 진 나라다.

우리가 일본만큼은 꼭 이겨야겠다는 염원으로 죽을 힘을 다해 달려왔듯이, 일본도 최근에는 한국에만은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인프라 수주전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이 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못하느냐'는 개탄을 채찍 삼아,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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