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그런데 2010년 발생한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은 이 같은 시각이 지극히 순진하고도 낙관적인 것이었음을 입증하고 말았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최후의 후견국가를 자임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 편들기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한국에 불리한 어떤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중국이 이러는 것은 한국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만으로도 우리를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센카쿠열도 분쟁과 관련해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안보 리스크(위험)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 리스크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관리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중국 리스크의 실상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국의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4%에 달한다. 무역 총액에선 20%다. 수출과 무역이 이렇게 한 나라에 집중되면 그 나라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수출은 주요 선진국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이 기간 한국의 대중 수출은 19.2% 증가했고, 일본의 대중 수출은 6.3% 증가했다.
정치·외교 문제만이 아니다. 중국 경제가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것은 우리 경제에도 경계경보다. 전체 소비재 수입에서 중국산이 30%에 이르는 현실 때문에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한국으로 수출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은 '값싼 생산공장'이 아니다. 중국의 최저 임금은 지난 6년 새 2배로 뛰었다. 베이징시는 지난해 7월에 월 최저임금을 20% 올렸고, 이번 달에 또 20.8% 인상할 예정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원가 부담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중국 리스크에 훨씬 취약한 한국은 어떻게 이를 관리해야 할까. 교역국을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춰야 한다. 한·EU FTA(자유무역협정), 한·미 FTA를 발효시켜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들과의 무역이나 투자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이 최소한 '교역'을 무기로 우리를 정치적으로 압박할 여지를 줄여야 한다.
중국과의 통상관계를 보다 구속력 있는 틀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나 무역 마찰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막무가내로 무역 보복을 하지 못하게 중국과의 경제통상관계를 격상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중국도 국제사회에서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함부로 힘을 행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 리스크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중국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