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내가 눈을 감으면

鶴山 徐 仁 2010. 12. 7. 13:50

 

 

 

 

 

내가 눈을 감으면

 

 

 

제 죽음 소식을 들은 사람의 첫마디가

식구들 어지간히 고생시키더니

아이고 잘 되었네 라고 하지 않게 하소서

 

대(代)를 이어갈 자식이라며

임금 모시듯 벌벌 떨며 헌신하더니

독방에서 쓸쓸하게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한(恨)을 풀어줄 자식이라고

행여 부족함이 있을까 넘치게 내어 주더니

잘못 키웠다 후회하다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재물이 효자라며

끌어모으고 지키느라 눈에 불을 켜더니

눈 감겨 주는 사람도 없이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유산으로 물려주겠다며

배고파 우는 아이 나 몰라라 하더니

분배도 못하고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건강이 제일이라며

병원쇼핑, 웰빙식품 쇼핑 즐기더니

보따리 보따리 쌓아만 놓고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나이 들수록 옷이 날개라며

 계절 따라 새로운 패션으로 멋을 부리더니

겨우 수의 한 벌 입고 가네 하지 않게 하소서

 

그 대신 평안함을 안겨주던

잔잔한 그 미소

보고파서 어쩌나 하게 하소서

 

 

  - 홍경자님의 시집 <열 손가락 쫙 펴고> 중에서-

 

 

 

 

 

출처 : 경대사대 부중고1215회 동기회
글쓴이 : 여정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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