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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탈북자 2만 시대 '하나원'

鶴山 徐 仁 2010. 11.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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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탈북자 2만 시대 '하나원'

입력 : 2010.11.16 23:30

강철환·동북아연구소 연구위원

1992년 기자가 탈북할 당시 탈북자는 극소수였다. 일반 탈북자는 거의 없고 고위층이나 유학생, 군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별도의 수용시설 없이 국정원 안가(安家) 같은 곳에 분산 수용돼 조사를 받고 사회로 나왔다.

당시 조사는 매우 엄격했고 정착 교육 같은 것은 따로 없었다. 그 기간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렸다. 엄격한 조사와 그 안에서의 생활은 큰 스트레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엄격한 생활이 오히려 자유 사회인 남한 생활에 적응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 같은 통제사회에서 갑자기 자유사회로 오면 모든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책임지는 자유'라는 것을 인식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법천지 사회에서 온 탈북자들이 법과 질서를 배워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000년 초 하나원이 처음 생겼을 때 친구 면회를 간 적이 있었다. 기자 때에 비해 너무나 호화로운 환경이었다. 당시 하나원은 엄격하지 않았다. 밤마다 몰래 술판이 벌어졌고 남녀 간 연애 문제에 살벌한 싸움판이 하루건너 한 번씩 벌어지기도 했다. 시설은 좋았지만 이런 식의 교육은 탈북자들의 정착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나원 교육에 대해선 많은 도움이 됐다는 탈북자도 있고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인 사회 교육과 컴퓨터, 영어, 운전면허 같은 교육은 사실 탈북자 생존을 위해 절실한 것이다. 하나원 교육이 도움이 됐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한 편이었다.

하나원이 도움이 안 됐다는 사람들 일부가 하나원을 '감옥'이라 표현했다고 해서 물의가 일고 있다. 가족 간의 면회나 외출 등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그렇다 해도 감옥이란 것은 지나친 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원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탈북자 출신의 하나원 보조교사들이 한꺼번에 쫓겨났다. 남한 사람에게 말 못할 사연도 같은 동향 사람을 만나면 쉽게 터놓게 되는 장점 때문에 하나원 내 탈북자 보조교사들은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해고됐다.

지금 탈북자들이 하나원 교육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기간 외국에서의 도피 생활과 북한에서의 통제 때문에 하루빨리 자유를 누리고 싶은 욕망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를 얻기 앞서서 한국 사회를 하나라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 정착은 어려워질 수 있다. 하나원 교육은 탈북자 개인의 취향이나 요구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우선될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제약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면회 정도는 사전 통보나 협의에 따라 허용해줬으면 한다. 먼저 정착한 선배들의 경험담도 새로 온 탈북자들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탈북자 2만명 시대를 맞아 하나원 교육 내용도 한 번쯤 점검해보았으면 한다.

"그때 북한으로 자식들을 보내지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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