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대학 학과 통폐합

鶴山 徐 仁 2010. 1. 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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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과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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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어느 원로 언론인은 자서전에서 자기가 다닌 과(科)를

  • "당시 모든 젊은이들에게 우상(偶像)의 학과였다"고 쓴 일이 있다.

  • "우러러보아 더 턱이 치켜질 데가 없는 곳, 거기 정치학과가 있었다"고 그는 썼다.

  • 광복 후 새 나라를 세울 인재가 필요할 때 대학의 정치학과는 인재 산실이었다.

  • 이런 이유로 서울대뿐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이 정치외교학과를 필수인 것처럼 여겼고,

  • 거기에 우수한 학생들도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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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앙대가 엊그제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학부)를 40개로 통폐합하는

  • 학과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새 '대학 조직도'를 아무리 봐도 '정치학과'나

  • '정치외교학과'라는 명칭은 없다. 현재 정경대에 두고 있는 정외과가

  • 대학의 미래 설계도에서 사라진 것이다. 사회과학대에 신설될 '공공인재학부'가

  • 정외과 비슷한 역할을 맡도록 하려는 모양이다. 시대에 따른 학문 수요의 변화,

  • 이에 발맞추려는 대학의 변신 노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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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내 206개 4년제 대학에는 5600여개 학과가 있다. 대학마다 정원을 늘리려고 잡화점식으로

  • 새로운 학과를 개설해온 결과다. 언어학과만 해도 언어정보학과·언어과학과·언어인지과학과 등

  • 7개의 다른 명칭이 있다. 기계공학과 계통은 기계설계학과·기계산업시스템공학과·산업기계공학과

  • 등으로 무려 80여개의 학과로 세포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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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제는 이 많은 학과의 졸업생이 제대로 전공을 살려 직장을 얻을 수 있느냐다.

  • 한국개발원이 몇년 전 대졸자 진로를 조사했더니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직장을 얻은 비율이

  • 30.5%에 이르렀다. 특히 인문대 졸업생은 이 비율이 53.9%나 됐다.

  • 게다가 2021년에는 현재 64만명인 고교 졸업생이 47만명으로 떨어진다.

  • 이미 2008년 대입에서 정원 30%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27개나 됐다.

  •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학과 통폐합과 구조조정은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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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학이 직업 훈련원이나 기능인 양성소가 아닌 이상 사회적 효용만 따질 게 아니라

  •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같은 기초학문을 살리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 그렇다 해도 시대가 목말라 하는 것을 살피고 그때그때 학문의 생산·보급 방식을 변화시키며

  • 학문 수요자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정치학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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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태익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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